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화장품 매장 16곳에서 테스트용 화장품 42개의 위생 실태를 조사했다. 그중 14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미생물이 검출돼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섀도 16개 중 두 제품에선 ‘총 호기성 생균’이 최대 2300cfu/g으로 기준치(500cfu/g 이하)를 크게 웃돌았다. 한 제품에선 병원성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마스카라 10개 중 5개에서도 총 호기성 생균이 발견됐다. 립 제품은 특히 심각했다. 16개 중 4개에서 총 호기성 생균이 기준치의 2140배나 검출됐고 3개 제품에선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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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선 매장 측의 부실한 관리 실태도 드러났다. 16개 매장 중 13곳에선 아이섀도를, 9곳에선 립스틱 같은 고체형 제품을 뚜껑이나 덮개 없이 비치했다. 또 42개 제품 중 개봉 일자가 기재된 제품은 6개뿐이었다. 13개 제품은 아예 유통기한·제조일자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한화장품협회는 관련 업계에 테스트용 화장품 위생 관리 강화를 권고했다. 전국 1010곳(지난해 12월 기준)에 매장을 운영하는 올리브영 측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테스트용 제품 진열대에 ‘립스틱·아이섀도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은 손등에 테스트해 주세요’라는 주의 문구를 색조화장품 매대에 비치한다”며 “집기나 테스트용 제품의 주변 소도구를 주기적으로 알코올로 소독하는 등 위생 관리에 더 신경 쓴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크림 제품을 테스트할 땐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손가락으로 덜지 말고 화장품 전용 주걱이나 면봉을 사용하는 게 좋다. 또 테스트용 제품에 기재된 개봉일자·유통기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봄날 내 입술에 오염된 ‘꽃’이 피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정심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