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런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본다. 굳이 원금보장이 필요없는데도 비용까지 지불해 가며 원금보장 상품을 사는 건 비합리적인 투자행태이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비롯한 은퇴자금은 까먹어선 안되는 돈이다. 그래서 그런지 퇴직연금 운용에서 원금보장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에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된 규모는 전체 적립금의 88.1%인 148조3000억원에 달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은 1.88%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1.65%와 비슷하다. 퇴직연금 말고 일반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퇴직연금이 단기상품이라면 원금보장은 그런대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노후의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초장기 상품이다. 초장기 투자에선 원금보장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원금보장이 먹혀드는 것은 가입자의 심리상태와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투자를 할 때 ‘손실회피심리’란 기제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익을 내 기쁨을 누리는 것보다 손실 보는 아픔을 더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후자금은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원금은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다. 원금보장 선호 현상은 이런 이유들이 얽혀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손실회피 심리든 안정성이든 인간의 모순된 행태인 것은 분명하다.
연금은 연간 수익률이 최소 4~5%는 돼야 수익성이 개선되고 은퇴후 소득대체율을 높일 수 있다. 소득대체율은 연금액이 평균소득과 비례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기준 40%지만 퇴직연금은 12%에 그친다. 원금보장을 고집하다간 나중에 노후 생활비 부족에 허덕일 수 있다. 무조건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독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실적배당 투자상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