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문으로 해임되고도 버젓이 활동하는 회장 아들"

중앙일보

입력 2018.04.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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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에듀컨설팅 송영선 대표(온라인 진학지도 프로그램인 OOO커리어 출시사인 C사 이사)가 퇴사 여직원과 관련한 성추행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내부에서 터져 나온 한 이사의 '의혹'
 
한 중소기업 회장의 30대 아들이 지난해 성 추문으로 이사직에서 해임되고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지도 강사로 활동 중이라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해당 기업은 2010년 10월 설립된 C주식회사로 모 공영방송사 측과 ‘협력사’ 관계다. 진로교육 온라인프로그램을 출시했다. 
 
C사의 송영선(45·RS에듀컨설팅 대표) 이사는 이달 초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쯤 C사 박모(39) 전 이사와 관련된 성 추문이 방송사 쪽에 흘러 들어가 박 이사가 해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런데 해임된 박 전 이사가 지난달 24일 진로교육 온라인프로그램 이름을 따 ‘OOO커리어 대표(이사)’ 직함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지도 강사로 활동하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투 이미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그는 이어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박 전 이사가 C사 박 회장의 아들이기 때문이다”며 “문제는 해임으로 이어진 성 추문 외에 2016년 지방 출장에서 또 다른 여직원인 A씨(30대 초반)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송 이사는 ‘실명’으로 의혹을 제기한 이유로 “학생들을 상대하는 교육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A씨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전 이사가 출장길에서 ‘사귀자’고 하면서 손을 잡거나 안았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혀도 몇 개월 지나면 또다시 하더라.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회 전반에 퍼진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에 힘입어 용기를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석연치 않은 그 날의 임시주총

지난해 3월 열린 C사 임시주총 의사록. 박모 전 이사 해임안건이 아뤄졌다. 김민욱 기자

 
지난해 3월 16일 작성한 C사의 임시 주주총회 의사록을 보면, 박 전 이사의 사임(안) 건이 처리됐다. 당시 주총 의장은 박 전 이사의 부친인 박 회장이었다. 의사록은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주총을 연 뒤 박 전 이사의 사임 사유를 이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참석자 만장일치로 본 안건에 대해 승인 가결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A4 한장짜리 의사록에서 충분히 설명했다는 사임 사유는 적혀 있지 않다. 


그날 의사록 상 주총 참석자는 전체 이사 4명 중 박 회장·박 전 이사·송 이사 3명이다. 하지만 송 이사는 박 전 이사를 ‘조용히 해임’하려 임시 주총이 열린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도 마치 자신이 참석한 것처럼 의사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임시주총에 참석한 걸로 돼 있는 송영선 이사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이 주총 장소인 퇴계로가 아닌 삼성동으로 나와 있다. 김민욱 기자

 
송 이사는 이에 대한 근거로 주총이 열린 시간대인 지난해 3월 16일 오전 11시~낮 12시 사이 통신사 통화기록서에 표시된 자신의 휴대전화 발신지역(모두 9개·대부분 인터넷접속 기록)이 주총 장소인 서울 중구 퇴계로가 아닌 10㎞ 이상 떨어진 강남구 삼성동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같은 시간대 찍혔을 인감 인주가 본인 것만 과거에 찍힌 듯 색이 바랜 점도 제시했다. 송 이사 인감 자리에만 네모가 쳐져 ‘인감’이라고 표시돼 있다.   

지난해 3월16일 임시주총날 동시간대 찍힌 인감의 인주색이 송 전 이사 것만 바래져 있다. 김민욱 기자

 
이에 ‘성 추문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로 해임됐다’는 이야기를 거꾸로 공영 방송사 측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게 송 이사의 주장이다. 추문은 2014년 9월쯤 박 전 이사가 회식자리에서 인턴 여사원 B씨(당시 26세)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해임된 박 전 이사는 대표(이사) 직함을 활용, 청소년·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외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인천 계양구청 6층 대강당에서 ‘올바른 진로 진학지도’를 주제로 열린 강의 외에 같은 달 31일 경기도 남양주 강연에서도 강사로 나섰다. 

성추문으로 해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C사 박모 전 이사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지도 강사로 나서고 있다. [자료 학원 홈페이지화면 캡처]

 
이에 대해 박 전 이사는 지난해 3월 임시주총에 대해 “협력사(모 공영방송사 자회사)와의 문제로 해임하게 된 것이지 성 추문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대표(이사) 직함으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C사 홍보 차원에서 무료로 강의하는 것이라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 변호인은 A씨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변호인은 “송 이사는 현재 박 전 이사와 형사사건으로 안 좋은 감정에 있는 사람이다”며 “(실명 인터뷰) 제보 경위나 목적 등에 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의도’가 있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공영방송 측 관계자는 “박 전 이사의 해임은 C사 차원의 문제로 우리가 관여할 게 없다”면서도 “해임된 박 전 이사가 OOO커리어 대표이사 직함으로 외부 강연을 했는지는 확인 중이다”고 했다.
 
수원·서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