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준비하고 있어라. 멋지고 새롭고 스마트한 미사일이 갈 테니.”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의 대시리아 공습이 예상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느닷없는 ‘대러시아 공개 경고장’이 국내외에서 파문을 부르고 있다.
CNN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군사 대응 관련해 동맹국들과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참모들을 아연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에 올린 트윗에서 “러시아는 시리아에 발사되는 미사일을 모두 격추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준비하고 있어라”면서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습이 확정적인 것으로 ‘예고’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자국민을 가스로 살해하고 즐기는 짐승의 파트너가 돼선 안 된다”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에 직격탄을 날렸다.
"러시아 준비해라, 스마트한 미사일이 갈 테니"
CNN "동맹국과 대응 수위 조율 안된 상황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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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시리아 문제 대응과 관련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재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 등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NSC)가 열리기도 전이었다. 군사 공조를 함께 하기로 한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과도 대응 방법과 수위가 최종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CNN은 전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즉각 “우리는 많은 옵션이 있고 모두가 여전히 테이블에 있다. 최종 결정을 내려지지 않았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의 ‘스마트 미사일’ 발언은 올해 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 단추’ 발언에 대응해 “내겐 더 크고 강력한 핵 단추가 있다”고 맞받아친 것을 연상시킨다. 북핵을 둘러싸고 북미 간 군사 긴장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나온 이 발언을 두고 미국 민주당에선 “유치한 과시”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번 트윗 역시 시리아 사태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의 일촉즉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적절하지 않은 도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때 시리아 공습 관련한 논의가 “실시간 중계될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했던 전력도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개탄하며 ‘레드 라인’을 넘은 데 따른 응징을 별렀을 때 트럼프는 “(나라면) 시리아에 개입 않겠지만, 한다면 깜짝 놀라게 하지 바보들처럼 모든 미디어에 흘리지 않겠다”고 썼다.
한편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와 관련해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가 회의를 연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회의는 친러시아인 비상임 이사국 볼리비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시리아 화학무기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조되는 군사 긴장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