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회색 티셔츠 대신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와 파란색 넥타이를 갖춰 입고 나왔다. 증인석의 저커버그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해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 이용되도록 방조한 의혹를 사고 있다.
청문회 양상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청문회와 무척 달랐다. 재벌총수와 기업 CEO들을 앉혀놓고 의원들이 고성과 막말을 쏟아내고 호통으로 일관하는 풍경, 기업인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딕 더빈 민주당 의원은 위트를 곁들여 저커버그를 코너로 몰았다. 그는 “어제 묶었던 호텔을 편하게 말해줄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저커버그는 웃음 지으며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러자 더빈 의원은 “그것이 당신 발언의 한계”라며 프라이버시는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의원들은 호통으로 자신을 알리기보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하나라도 더 캐묻는 게 청문회에 임하는 올바른 자세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저커버그로부터 의회가 제시하는 적절한 추가 규제라면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CNN은 ‘디지털 문맹’ 의원들이 수준 낮은 질의로 저커버그를 살려줬다고 진단했지만, 기업인을 윽박지르기보다는 성의있게 질문하고 받아적는 의원들의 모습이 부러운 현장이었다.
심재우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