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헬멧을 처음 쓴 선수는 1988년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포수 테리 스타인바흐라는 게 정설이다. 스타인바흐는 얼굴에 공을 맞아 수술한 뒤 C-플랩을 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헤라클레스’ 심정수(은퇴)가 최초다. 현대 소속이던 2001년 롯데 강민영의 직구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가 함몰됐다.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렸던 심정수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구단이 직접 제작한 검투사 헬멧을 쓰고 경기에 출전했다.
KBO·MLB에 착용 선수 증가 추세
국내선 심정수가 부상 후 첫 사용
시야 불편 개선…'의무화' 전망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검투사 헬멧은 지난해 다시 등장했다. 박용택(LG)·최준석(NC)·나지완(KIA)·최재원(경찰청) 등이 착용했고, 올해 들어서는 30명 정도까지 그 수가 늘었다. 특히 NC는 주전 타자 절반 이상이 검투사 헬멧을 쓴다. 박용택은 “투수들의 몸쪽 투구가 많아졌다.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검투사 헬멧’은 일반 헬멧에 보호대를 고정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주로 국내 업체가 제작한다. 일반 헬멧에 미국에서 판매하는 5만~6만 원대 보호대를 붙여 만든다. 사용 이유는 부상 방지를 위해서다. 안면에 공을 맞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데다, 회복도 더디다.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로선 피치 못할 선택이다.
검투사 헬멧이 더 퍼지지 못하는 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헬멧 제조업체인 롤링스사가 개선된 제품을 빅리그에 제공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아예 C-플랩 500개를 구매해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의무 착용시켰다.
야구의 초창기엔 헬멧이 없었다. 1941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가 처음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선수들은 “헬멧은 겁쟁이나 쓰는 것”이라며 기피했다. 하지만 1971년부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다. 비싼 몸값의 선수들을 지키는 검투사 헬멧도 같은 길을 가게 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