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실장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에서 김정은 집권 후 총살ㆍ처형된 간부들 통계를 그해 기준 140여명으로 추산한 것을 언급하면서 “(140명이란) 숫자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김정일 시대) 심화조 사건으로 숙청된 간부들(최소 2000명)의 약 7%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그의 주장을 두고 진보 성향의 외교안보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학 분야 교수는 “김정일 시대의 특정 사건과 김정은을 전반적으로 비교했다는 것부터 적절치 않다”면서 “사회과학적 연구방법론의 기본에 맞지 않는 무리수”라고 말했다. 다른 진보 성향의 북한학 학자는 “더 적은 숫자를 숙청했으니 문제가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납득이 어렵다”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결론을 내려놓고 쓴 글 같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안보 분야 학자는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숙청의 질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심각한 견강부회”라고 말했다.
이 글이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장성택의 여성 편력을 끌어들인 부분도 학자들이 문제으로 지적했다. 정 실장은 “복수의 신뢰할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장성택이 많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가진 자식들이 15명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그는 또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와 2008ㆍ2013년 인터뷰에서 들었다면서 “장성택이 기쁨조를 관리했고, 그와 관계하지 않은 기쁨조 여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장성택 생존 시 북한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벌어졌다면 장성택이 가장 중요한 표적이 되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소 출신 학자는 “여성편력에 관한 단순한 추측은 사회과학 분야 글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이 글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객관적인 재평가를 진행하고 그에 기초해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대북 협상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지표와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