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같은 날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실천교육교사모임 등은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단체들이 교육부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갈등의 핵심은 입시 '공정성'이다. 특히 수능의 공정성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나타나면서 정시 확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수능, 투명하고 객관적이라 공정"
학종의 5가지 한계는 ▶학교의 특성과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교사의 기록에만 의존하며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학부모·학원 등이 대신 작성할 수 있고 ▶표준화된 기준 없이 평가자 주관에 의존하며 ▶지원자의 소질과 능력·인성 등을 입학사정관이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평가 자료도 신뢰하기 어려우며, 평가자의 전문성에도 의문이 있어 학종이 공정하지 못한 제도로 여겨진다는 얘기다.
"수능, 점수로 줄세우기…타당성 낮아 불공정"
수능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은 수능 시험의 타당성이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점수로만 줄을 세우는 수능이 학생의 다양한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를 보는 입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구단이 투수를 뽑을 때 구속을 측정해 빠른 순으로 뽑는 것이 간단하고 신뢰도가 높지만, 좋은 투수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측면을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공정성을 두고 벌어지는 이러한 대립을 김평원 인천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공정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공정성을 판단할 때 수능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신뢰도'를 중시하고 수시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타당도'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학생부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타당도가 높지만 신뢰도가 보장돼야만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종의 신뢰도를 높일 방안과 수능의 타당도를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학종의 경우 전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능은 학생의 창의성과 판단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논·서술형 문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건의 평등' 깨뜨린 전형은 학종? 수능?
정원규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논란은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가 말하는 공정성의 원칙 중 '조건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조건의 평등이란 가정 형편이나 거주 지역 등과 같이 타고난 여건의 우연성 때문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상위 계층 학생일수록 교과 성적 이외 요건을 갖추기 위한 활동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조건의 평등과 관련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조건의 평등'이 수능에서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수능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시험이라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충분히 대비하기 어려워 사교육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어떤 전형이 사교육을 부채질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수능이 사교육을 더 유발한다고 본다. 지난해 4월 강기수 동아대 교수가 발표한 고교 교사 401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기관의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이 수능 전형은 74.5%에 달했지만 학종은 38.2%에 그쳤다. 교사들은 수능 사교육비가 더 문제라고 보는 셈이다.
반면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생부 중심 전형이 자리잡으면서 수능 사교육비가 내신 사교육비로 대체됐다"며 "수시 확대가 사교육 경감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가시켰다"고 말한다. 실제로 수시 비중이 계속 늘고 있지만 통계청 조사에서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한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