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의 신변 문제를 놓고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논의 중이라고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이 곧 수사에 협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들(스크리팔 부녀)은 새 신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MI6와 미국 CIA, 스크리팔 부녀 신변 안전 논의 중
더타임스 보도 “스크리팔 의식 찾아…조사에 협조 기대”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인 스크리팔은 2006년 영국 MI6에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분을 넘긴 뒤 반역죄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첫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넘어왔다가 지난달 4일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영국 경찰은 이들 부녀가 자택 현관문 손잡이를 통해 고농축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타임스는 지난 6일 문제의 노비촉이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 도시 쉬하니에 있는 군사 연구기지에서 제조됐으며 영국 정부가 이 같은 정보를 동맹국들에게 이미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25개국이 러시아 외교관 150여명을 추방하는 합동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 이 같은 구체적인 혐의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러시아는 개입설을 완강히 부인하며 같은 수의 외교관 맞추방으로 대립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빠르면 다음주 중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그동안 진행해 온 독립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이번 사건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여부가 더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주영 러시아 대사관은 이번 사건 해결과 관련해 알렉산더 야코벤코 대사와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의 만남을 요청했다고 BBC가 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