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증세가 이어진다면 십중팔구 따뜻해지는 봄철에 찾아오는 불청객 '춘곤증'이다. 춘곤증은 엄밀히 말하면 병이 아니라 일시적인 증세다. 누적된 피로감이 몸으로 나타나는 표현인 셈이다. 8일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춘곤증 이기는 법을 정리했다.
춘곤증의 가장 큰 적은
춘곤증 같은 피로 증세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다. 끼니를 거르거나 한번에 몰아먹는 식의 불규칙적인 식사 시간, 너무 자주 먹는 인스턴트 식품, 운동 부족, 흡연, 과음 등이 문제다.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그만큼 중요성을 잘 못 느끼는 것들이다.
봄이 되면서 바뀌는 환경도 춘곤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따뜻해져서 잦아지는 야외 활동, 잦은 회식 자리, 불규칙하고 부족한 수면 시간 등은 춘곤증을 쉽게 유발한다. 새학기를 맞아 학년이 올라가거나 직장에서 신입 사원 등 새로운 인물을 만나게 되는 변화도 에너지 소모와 스트레스 유발로 피곤함을 키운다.
병이 있어서 춘곤증 생길까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 몇몇은 ‘만성 피로 증후군’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매우 드문 질환이다. 직장 생활이나 여가 활동을 못 할 정도의 심각한 피로가 쉽게 호전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될 때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병이다. 특히 한국은 외국보다 더 적게 나타나는 편이다. 피로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 10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춘곤증 이겨내려면 어떻게
적절한 운동이 되레 춘곤증 극복에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피곤한데 왜 운동을 하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평소 활동량이 적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겐 약간의 운동이 큰 활력을 주기도 한다. 10~30분 정도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빨리 걷는 운동을 하루 두 세번 하는 것만으로도 몸 속 노폐물을 연소시킬 수 있다.
그 외엔 신선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먹는 게 필요하다. 다이어트 때문에 ‘끼니 때우기’ 식으로 식사하는 건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킨다. 또한 일이 과중할 때는 적당히 업무량을 조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춘곤증이 가시지 않으면 의사를 찾아가 상담받는 게 좋다. 내가 모르는 질병이 숨어있을 수도 있어서다. 특히 잘 먹는데도 몸무게가 급격히 빠지거나 고열, 숨참 등의 증세가 동반되고 피로감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