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최대 파벌 회장, 오타니 타율 외우고
투타 겸업 만화같은 활약에 일본 열도 들끓어
TV 톱뉴스도, NHK 시사 기획도 모두 오타니
산케이는 사설서 "계속 꿈꿀 수 있게 해달라"
오타니의 올해 목표는 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베이브 루스의 기록(13승,11홈런)을 넘어서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내 최대파벌인 호소다파를 이끄는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5일 열린 파벌모임에서 “오늘도 새벽 5시부터 오타니 선수 경기를 보느라 잠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미국 서부지역과의 시차때문에 일본에선 새벽 5시부터 진행되는 생중계를 챙겨 보느라 잠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도,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라크 평화유지군(PKO)활동보고서’ 은폐논란의 당사자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전 방위상도 모두 호소다파 소속이다.
하지만 이날 정작 호소다 본인과 관련된 대화는 일절 나오지 않았고, 대신 오타니 선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는 것이다.
호들갑스러운 일본 언론들 사이에도 오타니는 최고의 핫 이슈다.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한 뒤 이틀안에 첫 홈런을 친 선수는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7시합만에 투수로서 1승, 타자로서 2홈런을 기록한 오타니의 기록은 1919년 같은 기록을 17시합만에 달성한 베이브 루스를 앞선 것”이라고 들끓고 있다. 홈런을 친 뒤 기자회견에서 “투수가 실투를 했다”,“운이 좋았다”고 자신을 낮추는 오타니의 태도 또한 화제다.
이라크 PKO 보고서와 모리토모(森友)사학재단 관련 문서 조작 파문,‘사고뭉치’ 미군 헬기 오스프리의 도쿄 기지 배치 등의 굵직한 이슈들을 뚫고 오타니 관련 뉴스가 TV에서도 가장 앞머리에 부각되고 있다.
TV아사히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보도 스테이션’도 5일 첫 순서로 오타니 관련 뉴스를 10여분간 내보냈다.
시범경기에선 투타 모두 부진했던 오타니가 개막이후엔 어떻게 이처럼 빨리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분석도 곁들였다. 타격과 관련해선 “오른쪽 다리를 땅에 붙이는 새로운 스윙법 덕분에 머리가 흔들리지 않으면서 정확성과 파워가 향상됐다”는 견해가 소개됐다.
오타니 관련 뉴스 뒤에 일반 뉴스가 이어졌고, 다시 스포츠 뉴스 시간이 되자 메인 앵커는 “이제부터는 오타니 이외의 스포츠 관련 뉴스를 전해 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NHK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클로즈업 겐다이+’도 5일 밤 오타니 특집 기획을 내보냈다.
일본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오타니를 주제로 사설을 쓴 산케이 같은 신문도 있다. 5일 산케이 신문의 사설 제목은 ‘우리가 계속 꿈을 꿀 수 있게 해달라’였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