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이쪽으로."
"꺄아악, 잡힌다 잡힌다."
놀이수업은 강원도교육청의 ‘놀이밥 공감학교’ 시범사업이다. 애들에게 최대한 놀이시간을 주되, 안전한 학교 울타리 내에서 교사가 책임지는 방식이다. 화천초 김상희 교사는 “뛰어놀며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면 수업 시간 집중도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초등 돌봄 기획
화천초 1~3학년, 오후 3시까지 놀아
'놀이밥 공감학교'에 학부모도 반색
강원교육감 "학부모 돌봄 부담 줄여"
교사 걱정 많았지만 안전 사고는 '0'
한국의 초등학교는 저학년일수록 정규 수업이 일찍 끝난다. 1~2학년은 오후 1시, 3~4학년은 오후 2시 안팎이면 학교 문을 나서 학원을 전전하거나 ‘나홀로 아동’으로 방치된다. 학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돌봄 형태는 안전한 학교 울타리 내에 머무르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초등생 학부모 86명과 연 토론회에서도 “학교의 돌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청이 쏟아졌다. 학부모들은 정규 수업 연장(90%), 방과후 프로그램 강화(99%), 등ㆍ하교시간 연장(95.4%) 등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시범사업 대상 1~3학년은 200명 가량이다. 참석 여부는 학부모가 선택한다. 어떤 날은 거의 전원이 참석하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민 교육감에게 애로사항을 물었다.
- 수업 시간 연장에 교사들이 반대하지 않았나.
- 교사나 교원단체가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놀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따르자는 취지에 대부분 공감했다.
- 반대한 부모는 없나.
- 그런 경우가 없었다.
이날 아이들이 뛰놀던 뒤뜰에는 교사 1명이 나와 있었다. 저학년 교실에서 보이기 때문에 담임 교사들이 창문으로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김상희 교사는 "우리도 자랄 때 방과 후에 열심히 뛰어놀면서 행복감을 느꼈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기억이 없다. 아이들한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업을 시행하기 전 교사들의 걱정이 많았다. 놀이수업 시간에 사고가 날 수도 있고, 학교가 책임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 가량 지났지만 안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등학생들이 일찍 하교하는 시스템은 전업주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가족 구조가 달라진 만큼 학교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 교육감은 “학교가 돌봄 체계를 모두 떠안을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학교 수업과 돌봄 모두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되 그 이후는 지자체와 가정이 아이들을 함께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화천=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