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의 선택은 학원 뺑뺑이. 방과후수업(컴퓨터·영어) 두 개 듣고, 미술·수영 학원을 선택했다. 이걸로 모자라 줄넘기학원에 보낸다. 그래도 중간중간 빈다.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떼우게 한다. 4시 30분 학원이 끝나면 또 대책이 없다. 김씨는 귀가 도우미를 쓴다. 월 110만원이 든다. 김씨는 "아이가 방과후수업-학원-도서관-집을 오가면서 행여 사고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며 "여름방학에 어떻게 할지 벌써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초등 돌봄 기획
초등생 돌봄 구멍에 '학원 뺑뺑이'
대안 못 찾으면 회사 그만 두기도
문 대통령, 5년간 1조1000억 투입
"돌봄 공백 심각" 급한 불 끄기로
돌봄교실의 질 문제는 언급 안 돼
"독일처럼 전일제 학교로 나가야"
정부가 4일 대안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경동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2022년까지 5년 간 1조1053억원을 투입해 돌봄교실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온종일 돌봄체계' 계획을 공개했다. 초등 1~2학년 위주의 돌봄교실을 전학년으로 확대하고, 운영시간을 늘린다. 문 대통령은 "현재 학교 돌봄이 약 24만명. 마을 돌봄 아동이 9만명인데 각가 10만명씩 늘려서 전체 돌봄아동을 33만명에서 53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돌봄교실 증축, 신설학교 돌봄교실 설치 의무화, 교실 개방 등을 시행한다.
이날 대책은 급한 불을 끄는 데 효과를 낼 전망이다. 서울 양천구 김씨의 경우 지난해까지 아이가 2~5시 돌봄교실을 이용했으나 3학년이 되면서 제외됐다. 직장인 이세은(39·서울 성동구)씨는 초등 2년 딸이 올해 돌봄교실 대상에서 탈락해 50만원을 들여 영어학원에 보낸다. 미술·태권도·논술·사고력 수학·수학·국어 학습지 등으로 촘촘하게 짰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의 수업 시간을 늘려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교육 개혁을 하지 않고 기존의 돌봄교실을 확대하는 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부모들은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독일처럼 학교가 돌봄을 책임지는 전일제학교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위문희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