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차’ 시장에서 기아 자동차가 국산 자동차 제조사의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기아차는 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대형세단 ‘2세대 K9’ 공식 출시 행사를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K9 완전변경모델이 등장한 건 약 6년 만이다.
기아차, 2세대 모델 공식 출시
수입차 겨냥해 대형화·고급화
곡선구간 진입 때 스스로 감속
차체는 경쟁모델 대비 가장 크고 넓다. 한 체급 위로 구분하는 캐딜락 CT6(518.5㎝)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515㎝)와 비슷하다. 차량의 높이(149㎝)나 앞·뒷바퀴 중심축 사이의 거리(휠베이스·310.5㎝)를 봐도 5개 경쟁 모델 대비 K9이 가장 당당하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최고디자인책임자(사장)는 “K9은 차체를 키워 웅장함을 강조했고 휠베이스를 늘려서 개방감을 확보했으며,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비율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K9의 최고출력(370마력)도 제네시스 G80(370마력)과 함께 경쟁모델 대비 가장 높은 편이다. 심지어 엔진(3456cc)이 더 큰 렉서스 ES시리즈(277마력) 보다 K9이 거의 100마력 정도 높다. 최대토크(52kg·m)를 기준으로 봐도 그렇다.
다만 차체를 확대한 영향으로 연비(8.1~8.7㎞/L)는 제네시스 G80(최고연비 8.5㎞/L)을 제외한 모든 경쟁차보다 연비가 낮다. 경쟁 모델 중 연비가 가장 우수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1㎞/L)와 비교하면, K9은 1㎞ 당 25mL의 가솔린을 더 사용한다.
대신 기아차는 고급스러운 요소를 곳곳에 적용해 수입차와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시보드에 설치한 시계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모리스 라크로와(Maurice Lacroix)’와 협업해 디자인했다. 또 글로벌 색상 컨설팅 기관인 팬톤색채연구소에 의뢰해 실내를 7가지 색깔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최신 기술도 대거 접목했다. 곡선 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감속하는 기능(스마트크루즈콘트롤)과 전방충돌방지보조·안전하차보조시스템 등은 K9 8개 트림 전차종에 적용했다. 최진우 기아차 중대형PM센터장(전무)은 “K9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은 기아차 최초로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일반도로에서 작동하고, 차량이 터널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시스템도 갖췄다”고 말했다.
가격은 1세대보다 다소 올랐다. K9 3.3 터보가솔린 모델이 6650만원부터 시작한다. 렉서스 ES시리즈(5360만~6640만원) 최고가와 비슷하고, 제네시스 3.3 최저가(4880만원) 보다 1700만원 가량 비싸다. 선택 사양을 모두 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6220만원)나 BMW 5시리즈(6330만원)보다 비싸 소비자들이 K9에게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다.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내수 시장에서 K9의 올해 판매목표는 1만5000대, 내년 판매목표는 2만대”라고 밝혔다. 지난해 3만9762대를 판 제네시스 G80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3만2411대), BMW 5시리즈(2만4095대) 등 이른바 ‘고급 세단 톱3’을 넘어서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