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남측에서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이 자리했으며 박춘남 북한 문화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가수 서현과 최효성 조선중앙TV 방송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가 끝나자 자리를 가득 메운 북한 관객들은 10분 넘는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연주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를 시작으로 정인의 ‘오르막길’, 알리의 ‘펑펑’으로 무대가 이어졌다. 이후 정인과 알리는 북한 가수 김옥주‧송영과 ‘얼굴’을 불렀다.
서현은 북한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최효성은 “서현이 목 상태가 좋지 않다. 곡을 부르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데 열심히 불러보겠다”고 알렸다. 앞서 서현은 몸살이 심해 의료진으로부터 진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레드벨벳의 ‘빨간맛’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무표정하지만 집중하면서 무대를 관람했다. 북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이었던 듯하다.
실향민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라구요’를 부른 강산에는 노래를 마친 후 “뭉클하다”며 결국 눈물을 흘렸고, 관객들은 힘찬 박수로 그를 위로했다. 몇몇 관객은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대를 이어받은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자 관객들은 바로 박수를 보냈다. 특히 젊은 여성 관객들은 수군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백지영은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을 잊지 말자”며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YB는 록 버전으로 편곡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다. 전날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곡 중에 하나로 공연 초중반부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윤도현이 “남쪽에서 온 놀새떼(날라리라는 뜻) 밴드 인사드린다”고 하자 관객들은 웃음을 보였다. 그는 또 “삼지연관현악단과 전 세계를 돌며 합동 공연을 하고 싶다”며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관객들 역시 미소로 호응했다.
10분가량 삼지연관현악단의 메들리 공연이 끝난 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친구여’와 ‘모나리자’를 불렀다. 조용필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남북 가수들이 모두 함께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에 이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가 이어졌다. 객석은 10분간 기립박수와 환호를 이어갔다.
북측 관객은 “감동적인 순간들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우리 사이에 빈 공간만 남았다’는 가사가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 우린 통역이 필요 없지 않냐”며 “근데 만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다른 관객은 “정말 좋았다”며 “조용필 노래를 듣기는 했지만 보는 건 처음인데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다.
자신을 UN에서 일하는 알제리 국민이라고 소개한 외국인 관객은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남북이 어서 통일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을 포함한 방북단은 이날 밤늦게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발하는 전세기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