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배초교에 따르면 인질극을 벌인 양모(25)씨는 오전 11시 30분쯤 “졸업생인데 졸업증명서를 받으러 왔다”며 학교에 들어갔다. 신미애 교장은 “출입 절차를 담당하는 학교보안관이 양씨가 젊고 졸업생이 맞는 것 같아 그냥 들여보낸 것으로 파악됐다”며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적합한 조치를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방배초, 신분증 확인 없이 들여보내
20대, 교무실 직행 학생 잡고 인질극
경찰, 1시간 만에 검거…학생 무사
“외부인 학교 출입 절차 더 강화를”
◆ "군에서 생긴 질병 보상 안 해줘”=양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군 복무 당시 가혹 행위를 당해 뇌전증과 조현병 증세가 생겼고 2014년 7월 전역한 후 계속 보상을 요구했지만 국가의 어느 기관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그래서 마지막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가 병이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A양은 외상을 입진 않았지만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퇴원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은 물론 전교생이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교육부가 내놓은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초·중·고교는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출입문을 폐쇄하는 게 원칙이다. 학생보호 인력에 의해 출입증이 확인된 경우만 교내 출입을 허가해야 하며, 출입증을 발급받으려면 출입증 발급 양식에 이름·주소·연락처 등을 기재하고 신분증을 학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방배초교는 양씨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좀 더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는 목적을 숨기고 학교에 들어가려는 일반인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태”라며 “졸업증명서 발급 등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그간 학교에 몰래 진입한 외부인이 아이들을 다치게 한 사건이 많았다”며 “학부모들이 믿고 아이들 맡길 수 있는 장치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2년 서울 서초구 계성초교에서는 외부인이 숨어 들어가 소지한 야전삽으로 학생 7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0년에는 서울 영등포구 한 초교 운동장에서 여학생을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도 일어났다. 2013년 5월에는 부산시 동구의 한 고교 교실에서 흉기를 든 남성에게 여고 2년생이 납치당했다.
송우영·박형수·정용환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