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오랫동안 이탈리아 군사기밀로 숨겨져 있었던 탓에 대중에게 처음 선보인 건 1997년 리치몬드 그룹으로 합류하면서부터다.
'파네라이’ 시계 CEO 안젤로 보나티
크고 튼튼해 스포츠 시계로 인기
“자주 바뀌는 스마트워치 관심없어”
- 파네라이는 어떤 시계인가.
- “상업적인 대중 브랜드는 결코 아니다. 일반 대중을 만족시키기보다는 파네라이를 사랑하는 소수의 매니어를 만족시키기 위해 장점을 더욱 극대화 시켜온 특별한 시계다.”
- 매니어들이 사랑하는 파네라이 만의 장점이란.
-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린 과거 해군이 물속에서 필요로 했던 시계 기능을 발전시켜 내구성·방수력·가시성이 뛰어난 스포츠 시계로 성공할 수 있었다.”
- 디자인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천천히 변화하는 이유는.
- “시장 변화에 따른 진화는 필요하지만 완전히 다른 것을 내놓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건 파네라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시간이 변해도 누가 봐도 ‘파네라이 시계’라는 걸 한 번에 인지할 수 있도록 천천히 하지만 완벽하게 진보하는 것이다. 마치 전통문화재가 현대인의 일상에 맞게 조금씩 발전하면서도 형태와 가치를 잃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올해 제네바 시계 박람회에서 브랜드 최초로 38mm 사이즈를 출시했다.
- “우리 시계는 페이스(다이얼)가 크기로 유명하다. 내구성과 가시성을 중시하는 브랜드 DNA 때문이다. 스포츠 워치로 즐길 때는 더 없이 완벽한데, 공연이나 오페라 관람에 갈 때는 좀 부담스럽다. 정장에 드레스셔츠를 입어야 하는데 시계가 너무 커서 셔츠 안으로 들어가질 않는다. ‘시계에 쓸려서 셔츠가 빨리 닳는다’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웃음) 이제 파네라이를 언제 어디서나 착용할 수 있는 시계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기존의 파네라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해 구매를 고민해온 사람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 여성고객을 위해 더 작은 사이즈를 만들 계획은 없나.
- “38mm가 파네라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작은 사이즈가 될 것이다. 여성 고객도 중요하지만 ‘파네라이스러움’을 잃는 것은 정체성이 붕괴될 만큼 위험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힘 있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매니시한 취향의 여성이라면 파네라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것이다.”
-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워치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다.
- “나는 절대 스마트워치를 만들 생각이 없다. 스마트워치는 새롭고 장점도 많지만 6개월 단위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시계가 계속 출시된다. 파네라이는 우리 모두의 혼과 정성으로 만드는 시계다. 6개월에 한 번씩 변화하는 디지털 시장에 발맞출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스마트워치를 원한다면 삼성이나 애플 매장으로 가면 된다.”
- 배우 실베스타 스탤론과의 특별한 인연.
- “1993년 로마에서 ‘데이 라이트’라는 영화를 찍을 때 그가 직접 파네라이 ‘루미노르 마리나’를 소품으로 구매했다. 당시 그가 눈이 안 좋아져서 수중촬영에 유용한 시계를 찾던 끝에 파네라이를 선택한 거라고 했다. 그는 착용 후 ‘시계가 너무 맘에 든다’며 똑같은 시계를 200피스나 주문해서 영화 제작팀과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우린 물론 한 푼도 할인해주지 않았다. 그의 선물을 받은 지인 중 한 명이 리치몬트 그룹의 현 회장 요한 루퍼트인데 ‘정말 멋진 시계’라며 ‘이 시계를 살 게 아니라, 만드는 회사를 가져야겠다’고 했다더라. 파네라이가 리치몬트 그룹에 속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인연을 스탤론이 연결시켜준 것이다.”
- 브랜드 입문자에게 추천할 제품은.
- “루미노르 마리나. 파네라이의 모든 것이 시작된 출발점으로 브랜드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 럭셔리를 정의한다면.
-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모든 디테일에 혼을 담아 제작하고 관리해야 한다. 둘째 고객에게 상품 이상, 특별한 경험과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타 브랜드가 절대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