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미국의 젊은 세대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기에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500만 달러의 절반은 박 회장의 개인 돈으로 충당했다.
가방 제조 회사 시몬느 박은관 회장
10년 전 3만 달러로 시작한 후원
"한·미 관계 이끌 주역 키우겠다"
7월에 착공하는 한국어 빌리지는 20만㎡의 대지에 길게 뻗은 ‘거북이 강’을 따라 건물 10여 동이 들어선다. ‘숲속의 호수’로 이름 지어진 빌리지는 건물을 최소화한 자연 친화적 캠프로 학생들은 오롯이 한국어로만 말하며, 한국의 전통 복장을 하고 연극·드라마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긴다.
킹 교수는 한국어 빌리지의 산파다. 그는 “한국어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만 18세 이하 청소년이 한국말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어 빌리지는 미국 50개 주 청소년에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주간의 캠프를 거친 학생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미국 내 한국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어 빌리지는 이런 인재를 키우는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킹 교수는 미국 내 한국어·한국학 권위자다. 예일대 3학년이던 81년 홀로 한국에 와 천주교 신부 대상 어학당에서 처음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어릴 적 CLV에서 러시아어 7년, 스페인어 6년, 독일어 5년을 배웠다”며 “나중에 교수가 되니 ‘한국어 과정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한국어 빌리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안식년을 맞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서 한국학을 연구 중이다.
킹 교수와 박 회장의 인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글날을 맞아 ‘손석희의 시선 집중’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킹 교수가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 장차 한국의 파트너가 될 미국·유럽 청소년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출근 중 라디오를 듣던 박 회장은 곧바로 킹 교수를 만나 도움을 약속했다. 그렇게 첫해 3만 달러부터 시작된 기부가 올해 500만 달러까지 커진 것이다. 박 회장은 “CLV 한국어 빌리지에서 미래의 한·미 관계의 주역이 배출된다고 하니 뿌듯하다”며 “보다 많은 미국의 청소년이 한국어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몬느는 버버리·코치·마크제이콥스 등 럭셔리 핸드백을 제조하는 세계 1위 가방제조업체다. 지난해 매출 1조원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약 10%, 미국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