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선배’로 대박난 사장님의 ‘세 가지 약속’

중앙일보

입력 2018.04.0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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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찬

평창 겨울올림픽 컬링 열풍을 타고 유사품이 나올 만큼 뜬 ‘안경선배’ 안경. 이 안경을 만든 50대 대구 안경 공장 사장이 안경선배 안경의 수익금 일부를 평생 동안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기로 했다.
 
주인공은 대구 팬텀옵티칼 장용찬(52·사진) 대표다. 그는 1일 “안경 만드는 일을 하는 동안 안경선배 안경을 팔아 번 전체 수익금의 1%를 매년 따로 모아 연말 저소득층 자녀들을 돕는 데 내놓겠다. 수익금의 1%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웃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팬텀옵티칼 장용찬 대표
수익금 기부, ‘국대’ 선수 안경 지원

팬텀옵티칼이 2010년 만든 안경선배 안경은 ‘플럼(plume)’이라는 모델. 컬링 국가대표인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가 착용하면서 화제가 됐다. 영미 안경으로도 불린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부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주문이 늘었다.
 

김은정. [연합뉴스]

안경사 출신으로 2001년 회사를 설립한 장 대표는 "보통 안경테 한 모델을 500~1000개씩 생산하는데 올림픽 효과로 주문 물량이 2만개를 훌쩍 넘겼다”고 말햇다. 국내 1300여 곳의 안경원에 납품되고 있고, 독일·캐나다·일본·중국 등에 수출까지 한다. 판매 수익금의 1%이지만 기부 금액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플럼 안경 1점을 사려면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7만~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팬텀옵티칼은 대구 북구에 공장이 있다. 260여㎡(80평) 크기로 2001년 8월 설립(전체 직원 17명)됐다. 사실 안경선배 안경이 뜨기 전까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지방의 작은 안경테 제조 공장이었다.


장 대표는 “한국이 주최한 평창 겨울올림픽. 그리고 컬링 국가대표. 결국 나라에서 안경선배 안경을 뜨게 만든 것”이라며 “나라를 통해 얻은 행복이다. 어려운 이웃들과 조금씩 나누는게 맞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특전사 출신이다. 5년간 장교로 복무 후 대위로 전역했다. 장 대표의 국가관을 엿볼 수 있는 이력이다.
 
장 대표는 안경선배 안경 수익금 나누기 외에 두가지 더 착한 약속을 했다. 우선 백내장 수술을 한 저소득 노인들을 돕겠다고 했다. 보통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일정기간 선글라스를 껴야 한다. 그는 “이달부터 우리 공장에서 만드는 선글라스 100개를 대구시를 통해 노인들에게 무상지원하겠다”며 “이후에도 6개월에 한번씩 선글라스를 백내장 수술을 받은 노인들에게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평생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더해 장애인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안경선배 안경 공장 사장의 ‘세가지 착한약속’이다.
 
대구=글·사진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