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디는 독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6년 8월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덕분에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인도의 MIT’라 불리는 인도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T) 교수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교수직을 버리고 다시 UNIST에 복귀했다. 이유가 뭘까.
UNIST 지엔테크, 오르간디 박사
“직책 관계없이 연구할 때 행복”
모교 창업기업 수석연구원 맡아
‘학문적 아버지’ 변영재 교수 영향
한국·인도 기술 교류 가교역할도
오르간디는 UNIST 박사 과정 동안 지도교수이자 지엔테크놀로지의 대표인 UNIST 변영재(47·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와 함께 ‘차폐 환경에서의 통신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무선 송수신기를 차단된 공간의 안팎 벽에 붙이면 길고 무거운 케이블을 설치할 필요 없이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대형 선박 한척당 10억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업용 파이프라인, 군사용 통신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오르간디는 “사람들이 황당한 아이디어라고 했지만 지도교수 덕에 사업화까지 성공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전기전자 분야 전문가로 국내 유수의 대기업 등과 협력해 국내외 특허 82건을 출원·등록하고, 지난해 11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을 받았다.
오르간디가 변 교수를 ‘학문적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다. 오르간디는 “상당수 교수가 일의 마감 기한이나 과제를 맡긴 곳의 의견만 전달하는데 변 교수는 마음껏 연구할 수 있게 자율성을 주고 실패해도 함께 원인을 찾는 등 도와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개발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2016년 지엔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지엔’은 각자 아버지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제품화에도 성공해 올해 안에 송수신기를 납품할 계획이다.
박사 과정 등을 거치면서 두 사람은 학문적 관계를 넘어 인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이런 믿음이 있었기에 새 기술개발도 가능했다고 한다.
지엔테크놀로지는 덱트와의 협력으로 1~2년 안에 인도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르간디가 인도 지사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고 변 교수는 귀띔했다. 두 사람은 “전기전자분야 연구에서 한국과 인도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며 굳게 손을 잡았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