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는 우선 개헌안이 대통령에 의해 왜 발의됐는가 하는 매우 근본적인 수수께끼. 순수하게 정치공학적으로만 이야기한다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선제적으로 발의한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역대 그 어느 정권도 집권 초기, 어떤 의미에서는 권력자원이 최정점에 이르렀을 때 개헌 논의를 자발적으로 시작한 적이 없다. “개헌은 권력의 블랙홀”이라는 정치권의 오랜 잠언처럼 정국 주도권을 잠식할 개헌 논의는 모든 정권 초기의 금칙어였다. 반대로 노무현 정부가 그랬고 박근혜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정부가 개헌 논의를 꺼내 든 것은 임기 후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였고, 바로 그래서 언제나 실패했다.
여소야대 속에 대통령 발의 개헌?
권력 분산 대가로 제왕적 총리나
다수의 제왕 모시는 것은 아닌지?
제왕적 대통령보다 우리 내부의
권위주의가 더 문제는 아니었나?
6월까지 이 의문들 풀 수 있을까?
개헌과 관련된 두 번째 수수께끼는 이제는 유행어가 돼 버린 ‘제왕적 대통령제’가 정말 우리 정치사 불행의 기원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예외 없이 측근 비리와 불행한 결말을 맞고, 최근 1년 동안 전임 대통령이 2명이나 구속되는 정치적 비극의 원인으로 누구나 대통령 독주의 헌정질서를 당연히 꼽게 된 것 같다. 대통령 발의안 역시 그 실질적 내용과 무관하게 상당히 대통령 권한이 약화된 안이라 소개됐고 국회, 특히 야당은 내각에 대한 통제권을 상당히 국회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개헌과 관련된 세 번째 수수께끼는 정말 대통령제의 제왕적 운용이 개헌을 통해 바뀔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 대통령들의 ‘제왕성’은 정말 헌법에 기인하는가, 혹시 그 ‘제왕성’은 ‘대권’과 ‘잠룡’을 운위하는 우리의 문화나 상명하복의 관행에 각인돼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전 대통령들의 비리와 범법이 정말 대통령 중심제인 현행 헌정질서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사적 이너 서클을 통해 내리는 실질적인 정책 결정들을 장관들이 고개 숙여 받아 적고 무조건적으로 실행하는 문화와 관행에서 기인한 것인지 정말 우리가 심각하게 토론한 적이 있었던가.
물론 문화와 관행을 바꾸는 일, 우리 안의 권위주의를 해체하는 일에 비하면 개헌을 통해 모든 것을 일거에 헤집고 바꾸려는 시도는 손쉽고 간단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소한 제도 변화라도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unintended consequences)를 자아내는 법이니, 제왕적 대통령 대신 제왕적 총리나 다수의 제왕을 모시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수한 수수께끼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헌법을 상상하고 더 좋은 정치를 언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과제가 이제 우리 앞에 던져졌다는 사실이다. 권력구조뿐 아니라 국민기본권과 지방분권,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본 문제들을 성찰할 임무가 싫건 좋건 주어진 셈이다. 그 여정이 이번 6월에 끝나는 짧은 여정일지는 물론 또 다른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