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외면 일자리 보니…⅔는 학력 무관·고졸 직무

중앙일보

입력 2018.03.2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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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을 못 구한 5인 이상 사업체 일자리의 3분의 2는 학력을 따지지 않거나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직무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일손을 못 구한 5인 이상 사업체 일자리의 3분의 2는 학력을 따지지 않거나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직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자리 3분의 2에 해당하는 이러한 직무에 대해 정부는 빈 일자리의 절반 정도는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고학력 구직자가 받아들일 자리는 많지 않다’ ‘정부가 말하는 빈 일자리가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등의 말이 나온다.  

정부 “빈 일자리 절반,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
구직자 눈높이 안 맞다는 지적

29일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보고서를 분석하면 작년 3분기에 적극적 인구인 활동을 했음에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종사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외국인 제외)은 8만559명이었고 이 가운데 약 26.0%는 경력ㆍ학력ㆍ자격증 유무를 묻지 않는 ‘직능 수준 1’에 해당했다.
 
미충원 인원 중 39.9%는 1년 미만의 현장 경력, 기능사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격, 고졸 수준의 업무 능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2-1’이었다. 5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일손을 못 구한 자리의 66.0%는 다섯 단계의 직능 수준 가운데 가장 낮은 2개 등급의 직무인 셈이다.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학력을 기준으로 전문대졸이 필요한 ‘직능 수준 2-2’는 18%, 4년제 대졸 또는 석사가 필요한 ‘직능 수준 3’ 15.2%,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4’는 0.8%였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학력은 직무 수준보다 높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작년 3분기 실업자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율은 48.5%였고 청년층(15∼29세)은 58.0%, 25∼29세는 70.2%로 고학력자 비율이 더 높았다. 고학력자의 기대 수준을 고려하면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청년들이 선뜻 취업할만한 곳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부처 장관들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앙포토]

 
그런데도 정부는 빈 일자리 가운데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등을 분석해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빈 일자리가 약 20만1000개인데 이중 10만6000개 정도는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라고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는 현재 비어 있는 일자리와 비어 있지 않더라도 구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 달 이내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자리를 ‘빈 일자리’로 정의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