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공식 외교무대에 데뷔했다. 김일성·김정일의 부인들이 평양에서 해외 국빈을 맞는 경우는 있어도 북한의 퍼스트레이디가 해외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부인 이설주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났다. [CCTV 캡처]
이설주는 중국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베이지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김정은 동선을 따라다녔다. 김정은이 26일 오후 3시 베이징역에 도착해 그 이후 인민대회당→중관춘(중국판 실리콘밸리) 등으로 이동할 때마다 그의 곁에서 환영하는 사람들을 향해 연신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김정은이 북한에서 현지지도하러 다닐 때 가끔 동행하면서 익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북한 퍼스트레이디 공식 외교무대 등장
김정은 동선 따라다니며 연신 미소 띄워
북·미 정상회담때도 이설주 동행할 듯
김정은은 어린 시절 스위스 베른에 살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많이 접했을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부인을 동행하는 모습들이 그에게는 자연스럽다. 김정은은 그것이 ‘정상국가’로 가는 과정의 하나로 판단했을 수 있다. 김정은은 12세부터 6년간 스위스 베른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덩샤오핑이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1979년 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인 줘린(卓林)과 동행했다. 마오쩌둥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장면이다. 덩샤오핑은 1918년(14세) 프랑스로 건너가 1924년(20세)까지 머물렀다. 그는 그곳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체험했다. 국제사회에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부인을 동행하는 만큼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없다.
따라서 김정은은 북·미 정상회담을 평양이 아닌 해외에서 할 경우 이설주를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북·중 정상회담에서 본인·시진핑·이설주·펑리위안과 함께 찍은 사진처럼 본인·트럼프·이설주·멜라니아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김정은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북한은 ‘이상한 은둔의 나라’가 아니라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이설주를 통해 보여주려고 할 것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