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날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제 박근혜(66) 전 대통령, 전병헌(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주요 피의자들이 연루된 사건들은 대부분 자정이 지나서야 영장심사가 끝났다.
부쩍 잦아진 중앙지법 새벽 결정
박근혜·김관진·조윤선 “자정 넘겨
“검찰은 밤샘 조사 없앤다는데 … ”
법원 “사건 기록 많고 업무도 몰려”
일각 “큰 사건 여론 살피느라 지체”
영장심사 단계에서 피의자는 대기자 신분이다.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서다. 심사 도중 피의자를 임의로 귀가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장심사에 시한을 두지 않으면 피의자가 무한정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밤샘 심사’를 감안하고라도 24시간 내에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게 법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앙지법 외에 다른 법원에선 일과 시간(오후 6시) 내에 심사가 끝나는 일이 빈번하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4~5년 전만 해도 오후 11시 이전엔 심사 결과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일부에선 정치·사회적으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부담을 느낀 법원이 일부러 늦게 심사 결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증거가 명백한 사건들은 비교적 신속하게 심사가 이뤄진다”며 “이례적으로 기록이 방대한 데다 ‘제3자 뇌물’ 등 혐의가 복잡한 일부 사건에 한해서만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77) 전 대통령 영장심사 단계에서 검찰 수사 기록은 각각 10만, 8만 페이지에 달했다.
중앙지법에 사건이 몰리는 것도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는 총 3만5126건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중 중앙지법에 가장 많은 3175건이 몰렸다. 영장전담 판사 1명이 매년 1000건이 넘는 영장심사를 하는 셈이다. 한 중앙지법 판사는 “구속영장 외에도 압수수색, 통신조회 영장 등 영장전담 판사가 담당하는 업무가 과중한 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장전담 판사를 늘리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김한규 변호사는 “영장전담 판사들의 1인당 업무 분담을 줄여 신속한 심사를 이끌어 내는 게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중앙지법의 다른 부서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영장전담 판사 수만 늘리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