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 방영 직전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왔지만, 부인 멜라니아는 리조트에 남았다.
클리퍼드 美 CBS 인터뷰, 트럼프측 협박까지 적나라한 폭로
"트럼프와 2006년 처음 만나 관계, 2011년부터 신변 위협"
"당신 삶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협박도 받아
"트럼프 보고 있으면 진실 말한다고 생각할 것"
클리퍼드는 “사람들은 내가 돈을 바라는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하지만 나 자신을 변호하고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인터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도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클리퍼드 변호인이 존재를 시사했던 성관계 당시 비디오(DVD)나 사진, 문자 등에 대해선 “지금은 말할 수 없다”며 인터뷰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클리퍼드는 인터뷰에서 “2006년 7월 처음 소개로 트럼프를 만난 날 그가 호텔 스위트룸으로 불러 합의하에 한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며 “트럼프가 ‘너는 특별하다. 내 딸(이방카)을 생각나게 하는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들은 내가 ‘미투’에 나서길 바라지만 난 결코 내가 희생자라고 한 적이 없다”며 “그것은 전적으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5월 라스베이거스 주차장에서 젖먹이 딸과 있는데 괴한이 접근해 ‘트럼프를 가만 내버려두라. 잡지 기사는 잊어라’고 위협했다”고 처음 공개했다. 이후에도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으로부터 ‘당신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식의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2016년 대선이 있기 11일 전 돈 때문이 아니라 나와 딸의 신변 때문에 13만 달러(약 1억 4000만원)를 받고 비밀유지 합의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래는 쟁점별로 클리퍼드가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
- 트럼프와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나.
“(웃으며) 그는 ‘내 새로운 잡지를 봤느냐’면서 표지사진이 나온 잡지를 보여주며 온통 자신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그게 너한테 효과가 있느냐. 누군가 잡지를 빼앗아 당신 엉덩이를 때려줘야 한다’고 했을 때 그의 당황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잡지를 건네받은 뒤 ‘돌아서 바지를 내려’라고 한 후 엉덩이를 두어차례 때렸다. 그 순간부터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중단하고 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당신은 특별하다. 내 딸을 떠오르게 한다’고도 했고 ‘당신은 똑똑하고 아름답고 힘이 있는 여성이다. 당신을 좋아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어프렌티스(견습생·트럼프가 진행하던 TV 리얼리티쇼) ‘)에 출연해볼 생각은 없느냐’‘NBC 방송은 성인영화 배우를 출연시키려 하지않겠지만 그 점이 바로 내가 당신을 원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거다’라고도 했다.”
- 그 이후엔 무슨 일이 있었나.
“몇달 전 멜라니아가 아들을 낳은 데 대해 물었더니 ‘그건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별도로 방을 쓴다’고 무시했다. 대화이후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가 침대 모서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머리 속에서 ‘누군가가 혼자 있는 방으로 가는 결정을 넌 내렸어. 나쁜 상황에서,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그건 네 책임이야’란 목소리가 들렸다. 육체적으로 전혀 끌리지 않았지만 나는 ‘No’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희생자가 아니다. 합의아래 가진 관계였다. 그에게 콘돔을 착용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관계후에) 그는 ‘굉장한 밤을 보냈다. 나를 깜짝 놀라게 했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과소평가한다’고 하면서 ‘조만간 다시 만나 어프렌티스 출연문제를 상의하자’고 했다.”
- 트럼프가 이후 당신을 계속 만나고 싶어 했나.
“물론, 그건 비밀이 아니다. 나한테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와 관계를 얘기하지 말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내가 여러 사람들 앞에 있을 때도 여러번 전화해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한 적도 있다. 그는 ‘언제 다시 함께 지낼 수 있느냐’고 매번 말했다. ‘사람들이 당신의 출연에 대해 다들 좋아한다’고도 했지만 그 부분은 결코 믿진 않았는데 2007년 7월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즈 호텔 방갈로에서 유명인 견습생으로 출연하는 문제를 상의하자며 만나자고 요청했다.”
- 일종의 비지니스 미팅인데 무얼 했나.
“내가 도착했을때 그는 상어의 습격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는데 나를 옆에 앉히곤 전편을 같이 봤다. 그는 지난번이 얼마나 좋았는지 얘기하며 내 머리를 만지거나 다리에 손을 얹곤 다시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네 시간이 됐을 즈음 내가 ‘출연 관련 진행사항을 얘기해줄 수 있느냐’고 하자 ‘다음주에 대답을 주겠다’고 해서 가방을 챙겨들고 나왔다. 그러곤 다음달 전화를 걸어 ‘당신 출연문제는 무산됐다’고 알려왔고 이후 다시 만나지 않았다.”
- 이후 괴한으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았나.
“2011년 코헨 변호사로부터 위협을 받은 뒤 수주가 지나 젖먹이 딸아이와 건강관리수업에 가기 위해 라스베가스 주차장에서 뒷좌석 기저귀 가방 등을 챙기고 있을 때였다. 한 남성이 다가오더니 ‘트럼프를 그냥 내버려둬. (잡지) 이야기는 잊어’라며 내 딸 아이를 쳐다보면서 ‘아주 예쁜 소녀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이가 얼마나 불쌍할까’라고 말했다. 이후 체육관까지 가면서 너무 겁에 질려 손을 많이 떨어 아이를 떨어뜨릴까봐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 어떻게 비밀유지 합의서 서명하게 됐나.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내게 다시 연락하더니 '많은 금액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돈이 쪼들리던 상황에서 유혹이 컸고 내 변호사로부터 ‘최선의 계약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트럼프와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던 상황에서 침묵하는 조건이었다. 나는 내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이 됐다. 엄격한 계약조항인데도 곧바로 '예스'라고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내가 합의한 게 너무 작은 액수란데 동의할 거다.”
- 당신은 서명을 하고 관계를 부정했는데 거짓말인가.
“그렇다. 그때는 내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들었던 정확한 문장은 ‘그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당신 삶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였다. 그들이 정확히 누군지 확실치 않지만 코헨 변호사라고 생각한다."
클리퍼드의 변호인인 마이클 애버내티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코헨 변호사가 “당시 대선과 관계없이 개인 자격으로, 개인 돈을 지급했다”는 데 대해 “웃기는 이야기”라며 “합의서로 연락할 당시 코헨 변호사는 트럼프재단의 수석부사장이자 도널드 트럼프 특별고문 직함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은폐에 관한 일이며 권력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코헨이 한 여성을 겁을 주고 침묵시키고 위협한 것”이라며 “(공개하지 말라고) 2000만달러 소송으로 협박한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클리퍼드는 이날 인터뷰에서 “코헨 측에 비디오 등을 넘겼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금 당장은 대답할 수 없다. 내 변호사가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답변을 피했다. 애버내티 변호사도 “클리퍼드가 비디오나 사진 등을 갖고 있다고 하는 건 허풍이 아니냐”는 질문에 “내 경력을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허풍을 치는 사람인지 물어보라”고만 말했다.
트레버 포터 전 연방선거관리위원장은 “코헨 변호사가 클리퍼드에게 지급한 13만 달러가 불법 선거자금에 해당하는 지 로버트 뮬러 특검이 조사할 수 있다”며 “그게 특검의 와일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퍼드는 인터뷰 말미에 “나는 협박당하고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거짓말을 하는 게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 자신을 수많은 불쾌한 상황에 노출하면서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