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14)
그렇다면 협상에 있어 오프닝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협상에 있어 가장 좋은 오프닝 방법 중 하나는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성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원칙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략)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타는 듯한 갈증이다. 이러한 타인의 갈증을 제대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그 사람이야말로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협상의 오프닝을 인정으로 시작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하여금 정서적인 만족감을 갖게 하고, 협상 초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럼 과연 무엇을 인정해야 하는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협상 테이블로 가기 전 조금만 고민해보면 상대를 인정해줄 수 있는 말은 의외로 너무나 많다.
상대방 호감 사는 인정 멘트들
“항상 전화기 넘어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뵈니 더 신뢰가 갑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업계에서 일 잘하고 꼼꼼하시기로 유명하시더군요.”
“지난주에 메일로 금일 미팅 안건을 사전에 공유해주셔서 많은 도움 됐습니다.”
“오늘 넥타이 색깔이 너무 좋은데요, 역시 김 부장님은 안목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가진 ‘인정에 대한 욕구’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다른 사람만이 채워줄 수 있다. 인정에 대한 욕구를 식욕, 수면욕, 성욕 등 인간의 다른 욕구와 비교했을 때 결정적인 차이는 결코 스스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인정은 상대방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고,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은 그토록 인정에 목말라 한다.
둘째, 아무리 인정해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아무런 비용 없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고, 전반적인 협상의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다면 왜 이를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한국인들은 유독 인정에 박하다. 인정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셋째. 상호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제아무리 잘나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사람의 단점부터 찾는다. 반대로 모자람이 많은 사람이라도 먼저 인정하면 상대방은 그 사람의 장점부터 바라본다. 인정에 있어서 철저하게 적용되는 원칙이 바로 상호성의 원칙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본인이 상대방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인정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영화배우 곽도원이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배우 최민식에게 깊게 감동한 사연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첫날 촬영이 끝나고 곽도원은 최민식과 저녁을 먹었다. 이 자리에는 하정우, 마동석, 김성균 등 내로라하는 영화배우들도 함께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최민식이 곽도원에게 술 취하기 전에 한마디만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영화 촬영 첫날 하늘 같은 대선배가 이렇게 이야기하자 혹시 본인이 촬영 현장에서 실수한 게 있을까 싶어 잔뜩 긴장하며 마음을 졸였다. 최민식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도원아 잘 봤다. 많이 배웠다.”
인정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협상 초반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오프닝 전략은 바로 ‘인정’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류재언 변호사 yoolbonla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