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국무회의 심의 거쳐야” 규정
여당 “미처 생각 못해 아차 싶었다”
청와대 “오늘 심의서 반영할 건 할 것”
야당 “몇시간 만에 어떻게 심의하나
문 대통령이 회의 직접 주재 않고
UAE서 전자결재하는 건 헌법 무시”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숙의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이 정부가 숙의는커녕 국무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개헌안을 발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야당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개헌안은 국회도 패싱, 국무회의도 패싱, 법제처도 패싱,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청와대뿐”이라며 “위헌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국무회의를 단순한 요식 행위로 생각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을 배제하고 대통령 개인 비서에 불과한 민정수석 주도로, 개헌안을 이벤트하듯 하나하나 발표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그 자체”라고 했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역시 23일 당 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을 제쳐놓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를 했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선거 공약용이나 홍보용으로 쓰이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율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무위원 논의가 생략됐다는 지적은 아픈 대목이다. 우리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차’ 싶었다”고 토로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의원도 “개인 의견을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국정은 국무회의가 주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개헌 절차의 위헌 논란은 원로 헌법학자이자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역임한 허영(82) 경희대 석좌교수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3월 22일자 8면)에서 처음 제기했다. 허 교수는 “헌법개정안과 관련해 국무회의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발의 직전에 국무위원들이 심의한다고 해도 그건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이라며 “왜 현행 헌법을 헌신짝처럼 무시하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일종의 위헌”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헌안 작업은 민정수석이 해야 할 의무이자 책무”라며 “야당이 3일간의 개헌안 설명을 발의로 착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 개헌안은 국무위원들이 심의한 뒤 발의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 역시 “국무위원들도 충분히 개헌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26일 심의 과정에서 반영할 필요가 있는 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26일 오전 10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면 문 대통령은 UAE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승인할 예정이다.
최민우·허진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