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겨냥 500억 달러 규모 관세 폭탄
미국이 중국산 IT제품에 관세 부과하면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반도체업체도 타격
한국, 지난해 반도체 수출만 997억 달러
대중 수출 비중 큰 중간재도 직격탄
중국도 30억 달러 관세 부과로 맞불
무역전쟁에 글로벌 교역 감소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00개의 관세 대상 품목 후보군을 선정했으며, 앞으로 15일 동안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품목을 결정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및 전자제품이 많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상품에 대한 무더기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중간재다. 중간재는 가전제품과 같이 완성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 등을 말한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대미 수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한국산 중간재 수요 역시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한국의 수출 호조를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997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년 대비 60.2% 증가하며 단일품목 최초로 연간 수출 9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7.4%에 이른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아직 구체적인 관세 부과 품목이 나오지 않았지만 무역 구조상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의 중간재 수출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간 무역 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설 뜻을 비쳤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산 철강, 돈육 등 128개 품목에 30억 달러에 이르는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은 합법적 권익의 손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서로 관세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양국 간 교역량 감소를 가져온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두 나라의 교역 축소는 전 세계적으로 여파를 끼칠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이 그랬다. ‘미국의 관세 폭탄 → 교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 부과 → 국제 교역 및 세계 경제의 급격한 위축’이 글로벌 경제에 파국을 가져왔다.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이 줄고,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을 직접 타깃으로 삼았지만 한국 역시 과녁이 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비록 한국 제품에 대한 철광 관세 부과를 일시적으로 면제했지만 대미 무역 흑자를 많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함께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이 될 수 있다”라며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