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휘문고 학교법인 감사 결과 발표
전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 공모해 38억 횡령
학교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성묘 비용도 지불
시교육청, 관련자 징계 요청하고 수사 의뢰
김 전 이사장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A교회에 학교 체육관과 운동장을 예배 장소로 빌려주면서 임대료 외에 학교발전 명목의 기탁금을 요구했다. A교회로부터 받은 기탁금은 학교법인회계나 학교회계에 편입시키지 않고 현금과 수표로 전액 인출해 김 전 이사장이 챙겼다.
A교회로부터 받은 기탁금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 계좌는 김 전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박 사무국장이 관리했다. 박 국장은 학교법인 또는 학교의 명의로 계좌를 신규 개설했다가 기탁금을 받은 뒤 곧바로 해지하는 방식으로 6차례에 걸쳐 기탁금을 받았다.
또 학교법인은 A교회에 휘문고의 운동장과 체육관 등 학교 시설을 빌려주면서 통상 4억8000만원까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데도, 1억5000만원만 징수하는 등 학교 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이사장은 학교 시설 임대료를 정당하게 받아 학교 예산으로 사용하는 대신, 기탁금 명목으로 빼돌려 수억원을 개인이 착복해온 것이다.
이처럼 학교법인이 학교 시설을 부당하게 내줌에 따라, 정작 체육시설을 사용해야 할 이 학교 야구부와 농구부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이면 경기도 남양주까지 이동해 훈련을 받는 등 학습권 침해도 받아 왔다.
또 감사 과정에서 김 전 이사장이 학교법인의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학교법인 카드 사용 권한이 없는데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법인카드를 사용해 2억3900만원을 썼다. 카드 대금은 학교법인 회계 및 학교회계에서 지출했다.
김 전 이사장의 아들이자 현재 휘문의숙 이사장인 민모씨 역시 단란주점 등에서 학교법인 카드로 900만원을 사용했다. 또 설립자와 전임 이사장들의 묘소 보수비, 성묘 비용 등 3400만원을 학교회계법인에서 지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에 따라 박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중징계 파면, 휘문고 교장은 경징계 감봉, 행정실 소속 직원 1명은 경징계 감봉을 학교법인에 요청할 계획이다. 또 횡령을 주도한 김 전 이사장과 박 사무국장을 포함해 학교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민 이사장과 이사 1명 등 4명은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횡령한 38억여원을 회수하는 재정상 처분도 요구할 방침이다.
학교법인의 민 이사장은 “지난해 처음 횡령 사실을 인지했다”면서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횡령액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학비리는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척결의 대상”이라며 “사학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