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대표인 전준영씨(당시 병장)를 만났다. “그래도 1년에 한 번뿐인 기념식엔 오시겠지 했던 대통령이 끝내 안 오신다는 걸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너무 속상했다. (유족들을) 처참하게 짓밟는다는 생각에 잠을 못 잤다. 김영철 방남 때도 그랬다. 숨진 전우들이 휴지 조각같이 버려진 것 같아 현충원에 다녀왔다.”
순방 외교 좋지만 추모식 전날 떠나 유감
북한 소행 확실히 인정하며 유족 보듬길
- 청와대는 순방 탓에 기념식 못 온다는 건데.
- “일정을 하루만 늦춰도 되지 않나. 피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북한 눈치 보는 탓도 있을 거다. 5·18, 세월호 유족들에겐 달려가서 안아주는 대통령이 유독 저희들에겐 그러지 않는다. 대통령 되시기 전부터 그랬다. 추모식에 몇 번 참석하셨지만 우리에게 직접 다가와 위로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대통령도 천안함은 북 소행이라 했는데.
- “(톤이 높아지며) 확신 어린 목소리로 말한 적이 없다. 폭침 뒤 2, 3년은 지난 뒤에 어쩔 수 없는 분위기 탓에 했을 뿐이다. 중도보수 표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거다. 대선 토론 때 보니 문재인 후보는 천안함 얘기 나오면 피하려고만 하더라. 저희도 사람인지라 다 느껴진다. 천안함 거론할 때 눈빛이 세월호 때와 아주 다르시더라. 단식투쟁하고 유족 손도 잡아주던 분이 우리 손을 잡아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상하게 민주당 의원들이 전부 그렇다.”
- 남북대화에 천안함이 걸림돌로 여겨져서 그런 것 아닐까.
- “과연 그런지는 짚고 넘어갈 문제다. 대화도 좋지만 대통령이라면 천안함의 본질을 정의해 줘야 한다. ‘북한 소행이 맞고 평양의 사과를 받겠다’는 한 말씀만 해주면 우리를 진정 생각해 주는 대통령으로 여길 것이다.”
- 김영철 방남에 대해선.
- “유족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 줄 준비가 돼 있다. 그래도 예의란 게 있어야 한다. 사전에 김영철이 온다고 한마디만 해줬어도 됐을 텐데 그런 것 하나 없었다. 정부에 부탁한다. 천안함 꺼내면 보수, 세월호 꺼내면 진보라고 편 가르지 말고 위로만 해 달라.”
대통령 대신 유족들을 만난 이가 피우진 보훈처장이다. 그는 “내가 (대통령) 대신 위로해 드리면 안 되겠나”고 했다가 유족들로부터 “우린 문 대통령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는 핀잔만 들었다. 유족회 회장인 이성우씨를 만났다.
- 문 대통령을 만나야 할 이유는.
- “천안함 유족이라고 하면 ‘북한 소행 맞느냐’는 질문만 받고 살았다. 그래서 자식을 나라에 바쳤으면서도 유족이란 얘기도 떳떳이 못 하고 죽은 듯 살아야 했다. 그래선지 이 정부는 우릴 그림자로 취급하더라. 있어도 없는 존재로 말이다. 유족들이 이 정부에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 그래서 앞으론 떳떳하게 목소리를 내려 한다.”
- 문 대통령이 어떻게 하면 되나.
- “우리를 만나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라고 분명하게 얘기해 주면 된다. 그분은 그 얘기를 에둘러서만 하더라. 알아서 들으란 뜻인데, 그래선 남남갈등이 종식될 수 없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