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필리핀 외교장관 접견 시작으로 외교업무 본격 시동

중앙일보

입력 2018.03.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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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2인자로 평가받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23일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을 접견하는 것으로 외교 업무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라고 베이징 소식통이 22일 밝혔다. 올 해 70세인 왕 부주석은 지난해 연령제한 관례에 따라 공산당 상무위원직에서 물러났으나 최근 폐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부주석으로 선출됐다.  
 
왕 부주석은 집권 2기를 맞는 시진핑 체제에서 대외 업무의 총사령탑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외교업무를 총괄해온 양제츠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보다 더 높은 직책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란 예상이다.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AP=연합뉴스]

 
베이징 소식통은 “왕 부주석이 필리핀 외교부장과 접견하는 것은 그가 앞으로 중국의 외교 업무를 본격 관장할 것이란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내는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카예타노 장관은 21일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양국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 집권 1기에서는 감찰 조직인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반(反)부패 업무를 총괄하는 중에서도 외교 업무와 연관된 행보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중국을 방문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면담한 데 이어 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90분간 독대했다. 당시 그의 고유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외국 요인 접견이 이어지면서 “왕치산의 다음 역할은 외교 업무가 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다. 앞서 2015년에는 시 주석이 실질적인 특사로 그를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다 막판에 성사되지 않았다.


왕 부주석은 금융ㆍ경제 담당 부총리로 재직시절 미ㆍ중 전략경제대화(S&ED)를 주도했던 경험을 살려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통상ㆍ경제 마찰을 관리하는 등 미ㆍ중 관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중국 국가부주석의 권한은 크지 않았지만 2인자로 평가받는 왕치산이 이 자리를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