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지난 20일 통화 당시 갖고 있던 국가안보회의(NSC)의 발언 내용 보고서에 “축하하지 말라(DO NOT CONGRATULATE)”고 대문자로 적힌 메모가 포함돼 있었지만 무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였다.
WP는 보고서엔 메모 외에 러시아가 영국에서 러시아 전직 스파이와 그의 딸을 신경가스로 독살하려고 기도한 걸 비판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직후 “그의 선거 승리에 대해 축하했고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기로 했다”는 내용만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국가안보팀내 권위 실추시키려는 세력 있다"
케리 비서실장 통해 이르면 22일 유출자 조치
NSC 극소수만 접근권, 맥매스터 입지에 파장
기업처럼 백악관 직원에 '비공개 의무' 각서,
초안엔 위반 때 1000만(106억) 벌금 조항도
트럼프 대통령은 극소수만 알고 있던 NSC 메모 유출에 곧바로 격앙했다. 백악관 내 측근과 외부 조언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정보유출자인지 직접 탐문조사에 들어갔다. 존 켈리 비서실장도 비밀 보고서 내용유출에 분노해 공식 보안조사에 착수했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이번 사건으로 국가안보팀 내에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하려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개인들이 있다는 평소 의심을 더욱 굳히게 됐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해외 정상과 통화내용이 유출된 적은 있었다. 지난해 2월 취임 6일 만에 맬컴턴불 호주 총리에게 전임 오바마 정부의 난민 수용 합의와 관련해 “멍청한 합의”, “불쾌한 통화” 등 막말만 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는 내용이 낱낱이 공개된 적도 있다. 두 정상은 하지만 그 이후 수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환상적 사이”라며 관계를 복원했다.
트럼프 경질 후보 1순위 맥매스터 메모 유출로 물러나나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재벌이자 TV 리얼리티쇼 스타이던 시절부터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 누설에 민감했다. 트럼프 재단 시절 직원을 고용할 때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벌금이 포함된 각서를 받았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직원들에게도 이와 유사한, 비밀이 아닌 일반적 내용이라도 누설해선 안 된다는 ‘비공개 의무 각서’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취임 수개월 뒤 목욕용 가운은 뭘 입었는지, TV 시청 습관은 어떤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공개되자 분통을 터뜨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일부 초안엔 기업 시절 종업원에게 위반 시 엄청난 벌금을 물리겠다고 협박했던 것처럼 매회 1000만 달러(106억 5000만원)의 벌금을 매기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고 한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가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대통령과 관계를 누설할 경우 2000만 달러를 물어야 한다는 합의서를 받은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하지만 도널드 맥겐 법률고문이 연방 공무원에게 그런 식의 각서 집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지난해 4월부터 처벌조항을 뺀 보안각서를 사용해 왔다. 결국 각서도 참모에 귀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언론에 정보를 유출하는 '내부 제보' 행렬을 막진 못한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