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하게 귀를 파고드는 “국민”을 들으며 궁극적인 의문이 들었다. 과연 개헌에 대해 ‘국민’ ‘국민의 뜻’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일한 민의가 있는지 여부다. 혹여 집단적, 아니라면 절대 다수의 의사라고 할 만한 것이라도 말이다.
당장은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점차 아닌 쪽이 커질 게다. 지난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100여 쪽 분량의 개헌 여론조사 분석보고서에서 유추하면 그렇다.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국회의장실이 발주한 세 차례 여론조사와 같은 해 12월부터 올 1월 사이 주요 기관들의 다섯 차례 여론조사를 종합검토했다.
우선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70%대 중반)이긴 했다. 하지만 질문을 개헌에 대한 찬반으로 살짝 뒤틀면 양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7월 75.4%였던 게 12월엔 13%포인트 빠진 62.1%로 줄었다. 여론조사상 문 대통령 지지층이 여전히 과다대표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 하락이다. 개헌 시기도 지방선거 때 하자는 의견이 다수처럼 보이지만 선택지를 다양화하면 ‘상관없음’ ‘정부 임기 내’ 같은 경우도 30% 내외의 선호가 있었다.
권력구조의 경우 대통령제를 좋아하긴 하나 분권형에 대한 호감도도 적지 않았다. 기본권을 확대하자는 데 동의하지만 청와대 안에 포함된 ‘토지공개념’에 대해선 크게 엇갈렸다.
분석보고서는 그래서 “일반 국민의 여론은 고정돼 있지 않다. 자신의 이념이나 지지 정당과 같은 정치성향에 따라 태도가 유동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정치권에서 형성된 담론이 여론 형성의 결정적 요인임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일반 법률안과 달리 국회에서 수정할 수 없다. 대통령이 철회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수용하거나 부결하거나 그저 뭉개는 방법뿐이다. 국회에서 그냥 통과시킬 가능성은 무한소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개헌 드라이브를 건다면 야당들이 반발할 게고, 그 결과 국민은 갈라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아무리 “국민개헌”을 외친들 점점 더 분열하는 군집들 사이에서 스러지는 정치구호에 불과해질 거란 얘기다. 개헌은 요원해질 테고. 왜 그러는가.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