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둑 프로그램이 기력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구체적인 활용 분야에서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시대다. 대부분의 AI가 최고 프로기사의 수준을 넘어서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국산 AI 바둑프로그램 ‘돌바람’을 개발한 임재범씨는 “전에는 AI의 기력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였는데, 이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라며 “형세 판단, 바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WGC서 일·중·대만 AI 활용 해설
바둑TV는 ‘돌바람’으로 형세 판단
바둑 몰라도 판세 쉽게 알 수 있어
“AI, 이젠 기력보다 활용도가 화두”
이현욱 8단은 “초중반 누가 좋은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장면이 나올 때, AI의 승률 분석을 참고하면 해설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신형이나 어려운 형태가 끝났을 때 승률을 바로 알 수만 있다면, 해설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승률 분석이 해설에 도입되면, 그간 해설에서 자주 쓰이던 ‘흑이 두기 편해 보인다’ ‘흑이 기분 좋은 흐름이다’ 등의 표현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는 일류 프로기사의 스파링 파트너로도 쓸모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 바둑 대표팀은 자국 AI인 ‘줴이’와 ‘딥젠고’를 상대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대표팀도 ‘돌바람’을 훈련 상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바둑 교육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알파고 교육 툴’을 통해 6000가지 포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했던 것처럼, 세계 각국도 저마다의 AI를 활용한 바둑 교육 방안을 준비 중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AI 바둑 프로그램은 해설, 관전 등 바둑의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개발하면, 바둑의 여러 분야에서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