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건된 전·현직 임직원들은 “하청업체 평가를 잘 주겠다” “설계변경해 공사비를 증액하려면 본사와 발주처 접대비가 필요하다”는 등의 요구를 하며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림 측에서 하청을 받던 중소건설업체 H사는 당시 ‘상주·영천간 민자고속도로 사업’, ‘하남·미사 택지지구 조성’ 사업 등의 토목공사에 참가하고 있었다. H사 관계자는 “수십년째 대림과만 거래를 하고 있어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거절할 수 없었던 노골적 금품요구
33년 된 하청업체 H사는 결국 폐업
‘하남·미사 보금자리지구’ 현장소장 권모(60·구속)씨 등도 “발주처인 LH공사 감독관에 접대를 해야 한다”며 10회에 걸쳐 1억4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권씨가 “이번 기회에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당시 회사 본부장에게도 상납을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권씨의 권유에 따라 H사는 당시 토목사업본부장이던 대림산업 김모(63) 전 대표에게 2000만원의 현금을 건낸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결혼식의 축의금 명목이었다. 경찰은 김 전 대표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H사 측은 접대비 제공에 응하지 않으면 대림산업 측이 중간정산금을 주지 않는 등 횡포를 부려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H사 대표 박모씨는 “현장에 장비가 많게는 100대 가까이 들어가는데 (접대비 제공에 응하지 않으면) 현장을 세워버린다. 돈이 다 날아가는데 대림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금은 주로 소장 사무실에서 줬고 현장 직원들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직접 줬다”며 “33년 동안 운영한 매출 300억원 짜리 회사가 이번 일을 겪으며 대림 측이 수백억원대 대금을 주지 않아 폐업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의 갑질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고 보고있다. 잘못된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