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건혁(40)씨의 직업은 식당 주인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강남구청역 인근 골목에서 간장 게장을 메인메뉴로 하는 ‘게방식당’을 운영한다. 그런데 이 남자, 스타일이 범상치 않다. 모델 뺨칠만한 훤칠한 외모는 물론이고 무심한 듯 입은 청바지 차림도 세련미가 넘쳐 흐른다.
‘어쩐지.’ 그의 경력을 듣고 떠오른 말이다. 방 대표는 지난 2017년 초 식당을 내기 직전까지 삼성물산에서 10년 넘게 남성복 마케터로 일했다. 스스로 “가장 많은 브랜드를 담당한 직원”이라고 할 만큼 남성복 편집숍 ‘란스미어’와 브랜드 ‘빨질레리’ ‘빈폴’ 등 많은 브랜드를 담당했다. “마흔이 되기 전에 30년간 신사동에서 게장집을 운영했던 부모님의 게장을 되살리고 싶었다”는 그는 서른 여덟 살이던 2016년 겨울, 회사를 그만두고 마음 속에 간직했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수 년간 패션업계에 몸 담으며 다듬어 온 '안목'이 어디 갈까. 게방식당의 인테리어와 상차림은 ‘게장집’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놨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하얗게 실내를 칠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의 긴 테이블을 놨다. 그 위에는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의 펜던트 조명을, 벽에는 덴마크 가구 브랜드 몬타나의 선반을 달고, 테이블엔 프랑스 향수 씨흐투르동을 놔 가게 안을 은은한 향으로 채웠다.
그릇은 방짜유기와 도자기를 섞어 30년의 노하우가 담긴 어머니의 게장을 정갈하게 담아냈다. 식당은 문을 열자마자 트렌디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났고, 문을 연 지 1년도 안 된 식당으로는 이례적으로 미쉐린 가이드2017의 ‘더 플레이트’ 부문에 선정됐다.(※더 플레이트는 미쉐린 평가원들이 그 도시에서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선정한 식당이다.)
[윤경희의 패션인류] 방건혁 게방식당 대표
스웨트 셔츠에 조끼·재킷 덧입으면 굿
청바지는 밑단 접어 발목 살짝 보이게
흰 운동화는 젊은 감각, 로퍼는 격식 있어
세련된 캐주얼이 어렵다면 스웨트 셔츠부터
그렇다고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치는 캐주얼이 아니다. 무엇을 입던 멋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캐주얼엔 남다른 한 끗이 있다. 그는 “많은 직장 남성들이 세련된 캐주얼 차림을 어려워 하지만, 사실 몇 가지 요령만 알면 의외로 쉽게 자신의 패션감각을 뽐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방 대표가 가장 즐겨 입는 옷은 '맨투맨'으로 불리는 스웨트 셔츠다. 스웨트 셔츠는 운동복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스트리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일상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회색·남색 두 가지 색을 잘 입는데 남색보다는 회색이 어떤 옷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려 더 자주 입게 된단다.
표면이 수건처럼 포슬포슬한 느낌이 나는 원단의 조끼나, 앞 여밈 부분이 사선으로 디자인된 조끼를 입는 식이다. 날씨가 추우면 여기에 캐시미어로 된 큼직한 목도리를 둘러 보온과 멋, 두 가지 효과를 낸다. 조끼는 몸에 달라붙는 것보다는 스웨트 셔츠보다 품이 넉넉하고 길이가 약간 긴 것을 택해야 어색하지 않다.
하의는 청바지면 충분하다. 청바지 역시 몸에 꼭 달라붙는 슬림한 디자인보다는 허벅지에 여유가 있는 넉넉한 디자인을 선택하되 발목이 살짝 보이도록 밑단을 접어 올린 롤업 스타일로 입어야 세련되 보인다. 남색 스웨트 셔츠를 입을 때 흰 바지를 함께 입으면 더 멋스러워진다.
<방건혁의 한 끗#1 스웨트셔츠>
<방건혁의 한 끗#2 롤업스타일 청바지>
청바지 역시 흔하게 입는 옷이지만, 입는 이의 감각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옷이기도 하다. 나이가 있다면 몸에 너무 꼭 붙는 스키니 스타일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을 선택하되 발목이 살짝 보이게 접어 입는다.
<방건혁의 한 끗#3 흰 운동화>
<방건혁의 한 끗#4 남색 재킷>
<방건혁의 한 끗#5 빅 사이즈 가방>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영상=전유민 인턴기자, 헤어·메이크업=재클린 헤어메이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