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철강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미국이 유리한 위치에 서서 협상을 개시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압박에 공동으로 맞서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면서 무역전쟁의 암운이 더 커지고 있다.
미국에 보복관세 검토하는 나라 늘어
중 환구시보 "1천억 달러 축소 터무니없어"
WTO 총장 "WTO 제소가 능사 아니다."
철강관세 폭탄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면제해주고, 다음달 초 속개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8차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계산이 한미FTA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날 중국산 알루미늄포일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는 앞으로 최고 188%의 반덤핑ㆍ상계 관세가 부과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특정제품에 대한 관세부과와 중국의 대미 투자 및 비자발급 제한을 포함하는 대중 ‘무역조치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1∼2주 이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시 중국의 기술이전 압박을 겨냥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ㆍ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산 신발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고, 로봇이나 반도체 등 기술분야 품목도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 측에 미국의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3750억 달러, 약 400조원) 가운데 1000억 달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6일자 사평을 통해 “무역흑자를 1000억 달러나 줄이라는 것은 인류 무역 역사에 없는 터무니 없는 요구”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이미 미국의 무역공세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 집계를 인용한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전달 대비 100억 달러 줄어든 1조1700억 달러(1253조 원)였다. 미국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가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미국의 무역공세에 대한 보복책으로 미 국채를 대거 팔아치워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방안을 고민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보복관세 움직임이 일고있지만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OTMP) 국장은 강경하다. 그는 이날 미 경제매체인 CNBC에 출연해 “무역전쟁을 촉발하지 않고 관세를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도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와 안보적 이해 차원에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WTO는 불안하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중남미 회의에 참석한 아제베두 총장은 “관련국 간에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가 뒤따르면 끝을 알 수 없는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WTO에 제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미 정부와 지속적인 대화에 주력하라고 충고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