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장은 “딸을 학교에 보낸 후 여섯살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오후에 되면 다시 딸·아들 순으로 데리러 간다”며 “간만에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장으로서 2주간 자리를 비우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부장이 솔선수범 하라"는 회사 방침이 힘이 됐다.
또 천세은(37) CJ CGV 과장은 3주간 휴가를 내 오는 23일까지 초등 1년 딸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2주는 유급, 나머지는 무급이다. 입학휴가 최대 기간은 유·무급 각각 2주씩 4주다.
CJ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임직원의 워라밸을 돕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실시하게 됐다”며 “올해 63%가 사용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임직원이 눈치 보지 않고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 휴가는 지난 5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발표한 기업문화 혁신 방안의 연장선이다. 앞서 CJ는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 확대’, ‘글로벌 연수’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과장 승진 시 해외 연수 기회를 주는 글로벌 연수는 960명 중 88%가 사용했으며,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은 지난 9개월 동안 269명이 혜택을 받았다.
또 SK텔레콤은 올해 초등 입학 자녀를 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별 무관 최장 90일의 무급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대기업 최초로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오는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기업의 워라밸 행보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워라밸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5개 업종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상공인 워라밸 점수’는 50점(100점 만점)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