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시즌 남자 프로배구 정규리그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로 현대캐피탈 센터 신영석(32·2m)을 꼽는다면 큰 이의가 없을 듯하다. 블로킹(세트당 0.85개) 1위, 속공(성공률 62.75%) 2위에 올랐다. 또 그의 활약으로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27일 정규리그 우승을 일찍 확정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우승 일등공신은 신영석”이라고 못 박았다. 팬도 인정한다. 그는 지난 1월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생애 처음 1위(8만2155표)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프로배구는 ‘신영석 시대’다.
신영석을 지난 8일 천안 현대캐피탈 체육관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잘하려고 욕심부려도 잘 안됐다. 이번 시즌에는 팀에 도움이 되자고만 생각했다. 그랬더니 공이 손에만 맞아도 점수가 나더라. 정말 미스터리해서 나도 무서울 지경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블로킹 기록을 지난 시즌(세트당 0.58개)과 비교하면 이번 시즌 세트당 0.27개를 더 잡아냈다. 그에게 “최우수선수(MVP)상도 유력할 것 같다”고 얘기하자, “MVP는 상상 속 전래동화에서만 존재하는 상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정말 받으면 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연이 된 조연 현대캐피탈 센터
블로킹 1위로 우승 일등 공신
배구 올스타 투표서도 최다 득표
경기 전날 후배 센터들 전부 모아
상대팀 분석 자료 등 노하우 전수
팀에 도움 되자고만 생각했더니
공이 손에만 맞아도 점수 나더라
신영석은 팀에 녹아들기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대방출했다. 사실 그는 ‘리틀 최태웅’으로 불릴 만큼 공부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전 세계 최신 배구 동영상을 챙겨보고, 최 감독과 토론하는 걸 좋아한다. 10년 차 프로선수 겸 붙박이 대표선수로서의 경험도 어마어마하다. 그는 팀 내에 ‘센터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경기 전날 밤마다 차영석(24)·김재휘(25)·홍민기(25)·박준혁(21) 등 센터 후배들을 모아 한 시간 남짓 전술 연구를 했다.
신영석은 “처음엔 후배들이 한쪽 귀로 듣고, 반대쪽 귀로 흘려버리는 게 눈에 보였다. 나도 20대 땐 그랬다”며 “그래서 재미있게 하려고 애쓴다. 의견을 얘기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한다”고 전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64개)다. 신현석 현대캐피탈 단장은 “솔직히 프로선수는 영업비밀 공개를 꺼리기 마련인데 신영석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준다”고 칭찬했다. 신영석은 “어릴 때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물어보면 잘 가르쳐주지 않아 서운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후배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발전한다”고 말했다.
신영석에게 이제 마지막 전투가 남아있다. 현대캐피탈은 24일부터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 출격한다. 2위 삼성화재-3위 대한항공 간 플레이오프(3전2승제) 승자와 맞붙는다. 그는 “지난해 우승 동영상을 수시로 돌려본다. 조회 수 14만 건 중에서 10%가 내 지분이다. 올해 꼭 우승해서 새 영상을 보고 싶다”며 웃었다.
현대캐피탈 신영석은
생년월일 : 1986년 10월 4일
체격 : 2m, 93㎏
포지션 : 센터
출신학교 : 송전초-인창중·고-경기대
프로 입단 : 2008년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
수상 : 2010년 신인상, 2012~14년 블로킹상,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
별명 : 코재(코+허재, 코가 크고 ‘농구 스타’ 허재를 닮아서)
체격 : 2m, 93㎏
포지션 : 센터
출신학교 : 송전초-인창중·고-경기대
프로 입단 : 2008년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
수상 : 2010년 신인상, 2012~14년 블로킹상,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
별명 : 코재(코+허재, 코가 크고 ‘농구 스타’ 허재를 닮아서)
천안=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