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날 본 게 이 사람(내연녀)이 한 행위들인데 오히려 제가 했다고 말하니까…."(친부 고씨)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는 제대로 꽃도 못 피우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 아이를 학대하고 숨지게 한 친부와 내연녀는 법정에서까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14일 오전 11시20분 전주지법 2호 법정.
'고준희양 학대치사 사건'에 대한 1심 2차 공판이 형사1부(부장 박정제) 심리로 열렸다. 준희양의 친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 이씨의 모친 김모(62)씨가 수의를 입은 채 나란히 법정에 섰다. 뿔테 안경을 쓴 고씨는 머리를 스포츠로 짧게 잘랐고, 이씨 모녀는 마스크를 썼다.
아동학대치사 혐의 두고 '진실 공방'
친부·내연녀 법정서 책임 떠넘기기
고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지난해 4월 24일 자정을 넘어 퇴근 후 전북 완주군 봉동읍 주거지 거실에서 피해자(준희양)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과 옆구리 등을 수차례 발로 차고 짓밟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준희양의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갈비뼈 골절 등 상해를 입히는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고씨 주장과 달리 이씨는 사체유기 등 나머지 혐의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스스로 서 있지도 못하는 피해자(준희양)를 수차례 억지로 일으켜 세운 후 바닥에 넘어지게 하고, 쓰러진 피해자의 몸을 발로 수차례 짓밟는 학대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경찰과 검찰이 수사하는 내내 침묵을 지켰던 내연녀 이씨는 이날 법정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씨는 "준희가 고씨의 폭행과 학대를 당하고 있을 때 지켜주지 못했고, 더 적극적으로 보호했어야 하는데 제가 방관하고 방임해서 준희를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만든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한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준희에게 단 한 번도 물리적인 폭력을 행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반면 준희양의 시신 유기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모친 김씨는 "반성한다"며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과 이씨 측이 신청한 준희양 친모와 고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갑상선 약을 애초 (친부에게) 얼마나 전달했는지 등을 질문하기 위해 준희양 친모를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 오후 4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준희양 친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진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