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미투 운동 지지 및 대학 내 교수 성폭력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강대 총학생회 소속 강범석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는 22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이 가장 우려한 문제는 “가해 교수에 대한 온정주의식 처벌과 그것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학교 내 온정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립대에서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수 35명 중 24명(68.6%)은 여전히 재직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를 믿질 못한다. 조현각 미시건주립대 교수(사회복지학)가 2016년 서울 소재 6개 대학 학부·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했다. 이중 ‘성폭력 피해 때문에 대학 내 프로그램·기관·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 학생 1944명 중 92%가 ‘없다’고 답했다.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생 42%(복수응답)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지난달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 출강했던 겸임교수의 성희롱 발언 의혹을 취재하며 만난 학생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한 피해 여학생은 “지난해 초 가해 교수의 수업을 학생들이 ‘보이콧’했다. 하지만 학과 조교가 ‘왜 듣지 않느냐’고 전화로 묻기만 했지 달라진 건 없었다”며 “지나가다 그 교수를 만나면 핀잔만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대학만이 아니다. 기업이나 군, 검찰 등 각 분야에서 온정주의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피해자들은 더 깊은 상처를 받고 가해자들은 “내가 한 행동이 별 게 아니다”라는 잘못된 인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온정주의 처벌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내야 할 절호의 기회다.
조한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