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정부 '정조준'…특활비 재판 줄줄이 시작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정계선)은 이날 박근혜 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52), 현기환(59) 전 수석과, 김재원(54)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특활비 수수 의혹 사건의 첫 재판을 열었다. 조 전 수석과 현 전 수석은 이병기(71)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각각 4500만원,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조윤선·현기환·김재원 첫 재판 열려
14일 최경환, 15일 남재준·이병기
16일엔 박 전 대통령 첫 특활비 재판
MB 소환 날, 김백준·김진모도 재판
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특활비 부분은 뇌물죄 성립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현 전 수석은 혐의를 부인했고, 김 의원은 “변호사를 선임한 뒤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기밀 유지가 필수인 각종 활동에 사용되는 국정원 특활비는 다른 정부 예산과 달리 용처를 정확히 남기지 않아도 돼 ‘검은 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정원의 특활비 예산 규모는 2017년을 기준으로 4930억8400만원에 달한다. 이 특활비를 지난 두 정부 청와대에서 상납받아 유용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주요 인사는 물론 현직 국회의원, 당시 국정원장들이 ‘특활비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태다.
14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63) 자유한국당 의원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최 의원은 2015년 국정원 예산안 편성 당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특활비를 대준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3인방’ 남재준(74), 이병호(78),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도 15일 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 성창호)의 심리로 진행된다.
국정농단 사건과 마찬가지로 특활비 의혹 역시 정점엔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재임 기간 국정원으로부터 약 35억원의 특활비를 상납받아 기(氣) 치료, 주사비용으로 쓰거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휴가ㆍ명절비 등으로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활비 재판은 16일부터 시작되는데 검찰은 이 재판과 별도로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난 2월 27일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김진모(52)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된 폭로를 입막음하기 위해 국정원 자금 5000만원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2008년과 2010년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특활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가 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14일 첫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로 흘러간 특활비 규모가 약 17억5000만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장다사로(61)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박재완(64)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희중(50) 전 청와대 부속실장 등이 각각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같은 특활비 상납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고, 이 중 일부가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특활비 수사의 칼날이 조만간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