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은 1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2.5㎞ 좌식에서 51분51초5의 기록으로 9위에 올랐다. 10일 바이애슬론 7.5㎞(11위)와 크로스컨트리 15㎞(10위)보다 순위가 올라갔다.
10살 때 장애 입고 양 다리 불편해져
금융회사 다니다 무한도전 보고 조정 시작
3년 전 노르딕스키 시작, 평창 패럴림픽 출전
아버지의 권유로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한 이정민은 미시간주립대에서 광고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한국 자동차회사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다 2010년 귀국했다. 그는 영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하면서 남들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인생이 바뀐 건 2012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조정 특집 프로그램을 보고나서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운동을 해본 적이 없던 그는 무작정 미사리로 향했다. 조정의 매력에 빠진 그는 곧 직장까지 그만두고 매달렸다. 국가대표가 된 그는 2013년 충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모든 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안정된 미래를 버리고 운동을 시작한 아들을 걱정스러워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아버지와 4개월 동안 말도 하지 않았다. 남들이 넉넉한 수입을 얻거나 좋은 직장에 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쉽긴 하다. 솔직히 장애 때문에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운동을 통해 내 몸이 건강해졌고, 성취감도 느꼈다. 지금은 부모님도 많이 믿어주고 응원해주신다."
조정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그는 2015년 1월 스키로 영역을 넓혔다. 2018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협력을 전공한 그는 패럴림픽 출전과 장애인스포츠 외교전문가가 되는 꿈을 키웠고, 그 중 한 가지를 이뤘다. 이정민은 "울컥하는 마음이 있다. 메달이 목표인데 성작하는 속도가 더뎌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래도 잘 버티고 여기까지 왔으니 더 좋은 성적을 내서 2~3년간 노력한 성과를 얻고 싶다"고 했다.
외롭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의 도전은 다른 이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솔직히 후회를 한 적도 많았다. 어떤 분들이 저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성적이 안 나다 보니 굉장히 외롭고 소외감도 생겼다. 선구자가 없고,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얻는 게 있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창=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