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박사’로 불리는 한무영(62·사진)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한국을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 부실 국가’라고 꼬집었다. 빗물을 수자원으로 보지 않는 것은 물론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가뭄 때마다 물 부족에 시달린다는 지적이다.
‘빗물 박사’ 한무영 서울대 교수
한 교수는 “과거 국토교통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연간 빗물 총량 1276억t 중 545억t은 대기로 증발하고 나머지 731억t은 땅으로 스며들거나 강과 바다로 흘러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사용하게 되는 물의 양은 이 가운데 331억t(25.9%) 정도”라고 밝혔다.
또 물부족 현상에 대해 “앞으로 30년 뒤 30억t 정도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에 내리는 빗물 총량의 2~3% 수준이어서 ‘빗물 저금통’과 같은 빗물 재활용 시설만 일반화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빗물이용시설을 가능한 모든 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대규모 건물은 물론 넓은 지붕을 가진 비닐하우스·공장·축사·산 등 모든 곳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며 “모아둔 빗물을 민간 시설에서 청소나 조경에 사용할 수 있고 소방용수로도 쓸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빗물 거래제도’ 도입을 통해 민간의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공장이나 농가에서 모아둔 빗물을 지자체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게 거래제도를 도입하면 민간에서도 알아서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할 것”이라며 “민간에서는 버려지는 빗물을 팔아 이익을 낼 수 있고 지자체에서는 수돗물보다 저렴한 값에 용수를 구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