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층 ‘빈곤 탈출’ 확률 겨우 6%

중앙일보

입력 2018.03.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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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이 빈곤에서 벗어날 확률이 6%에 불과한 데다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빈곤층의 계층 유지 확률은 갈수록 높아져 빈곤의 고착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성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학술잡지인 『재정학연구』에 발표한 ‘소득계층이동 및 빈곤에 대한 동태적 관찰’ 논문에서 밝힌 결과다. 논문은 소득 수준을 10개 분위로 나눌 때 최하위 분위인 1분위부터 3분위까지를 빈곤 상태로 정의한 뒤 2007~2015년까지의 변화 추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기간 중 한 해가 지났을 때 이들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확률은 평균 6.8%에 불과했다. 특히 2014년 대비 2015년의 1~3분위의 빈곤 탈출 확률은 5.9%로 평균치보다 더 낮았다. 2007년 대비 2008년의 1~3분위 빈곤 탈출확률이 7.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수록 ‘가난 탈출’의 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일자리·교육 기회 늘려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대로 이들이 빈곤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졌다. 1~3분위의 2007년 대비 2008년 빈곤 유지 확률은 84.1%였지만, 2014년 대비 2015년 빈곤 유지 확률은 87.7%로 더 높아졌다. 조사 기간 평균치는 86.1%였다. 시간이 갈수록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더 작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빈곤층의 소득 수준이 더 나아지기보다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다른 지표에서도 감지됐다. 논문에 따르면 2분위는 한 해가 지났을 때 3분위로 소득계층이 높아질 확률이 19.3%인데 반해 1분위로 하향 이동할 확률은 22.7%로 더 높았다. 3분위도 4분위 상향 확률(19%)보다 2분위 하락 확률(19.1%)이 약간 더 높았다. 반면 중위 소득층인 4~8분위 가구는 상향 이동 확률이 하향 이동 확률보다 더 높았다.
 
윤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의 소득계층 상향 이동 확률이 낮아지면서 사회의 활력이 감소할 뿐 아니라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빈곤가구의 자녀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해 빈곤의 고착화가 세대를 통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빈곤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일자리인 만큼 정부는 저소득층에 충분한 일자리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