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피해’ 논란 서지현 사건…“검찰 간부가 인사기록 유출”

중앙일보

입력 2018.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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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45ㆍ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4일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이자 참고인으로 서울동부지검의 성추행진상조사단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사회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했다고 평가받는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당초 자신을 격려했다고 알려진 선배 여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서 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역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밑에서 일한 검사 두 명이 서 검사의 인사 기록을 외부에 누설한 정황을 잡고 ‘2차 가해’ 여부를 수사하고 나섰다.

"'피해자 코스프레' 글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요청
부장검사, 인사기록 누설 정황
'성추행' 전직 검사, 이르면 오늘 출석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 검사 법률대리인단은 최근 진상조사단에 서울중앙지검 소속 A 부장검사를 정식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A부장은 지난 1월 29일 서 검사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직후만 하더라도 서 검사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검사 측에 따르면 A부장은 처음에는 서 검사를 비난하는 글을 썼다가 불과 몇 시간 뒤 “서 검사의 고백을 응원하고 격려한다”는 취지의 새 글을 올렸다고 한다. 첫 글에는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어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된 글 말미에도 “그러나 피해를 당했으니 서울로 발령내 달라, 대검 보내달라, 법무부 보내달라 등의 요구를 하신다면 도와드릴 수 없다”고 적었다.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조순열 변호사는 “서 검사가 인사특혜를 받으려 한다는 인상을 주려 했다면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피해자에 대한 인격 침해가 될 수 있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추행 진상조사단 역시 인사기록 누설 등 2차 가해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조사단은 최근 안태근 전 검사장이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시 검찰과에 근무했던 B검사가 서 검사의 인사 파일을 개인용 휴대장치(USB)에 보관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B검사는 올 1월 서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후 인사기록 일부를 외부에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 전 검사장 밑에서 함께 일한 C부장검사도 자신이 검찰과장 시절 열람한 서 검사의 인사기록 내용을 지인에게 누설한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은 특정 개인의 내밀한 인사자료를 빼내 보관한 사실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 누설 사안까지 있어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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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 사건을 비롯해 수사량이 늘어나면서 진상조사단은 최근 검사 두 명을 충원했다. 이뿐 아니라 검찰 재직 시 후배 여검사 한명 이상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검사(41) 역시 이르면 12일 비공개 조사를 받기로 했다. 이 전직 검사는 2015년 상반기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직후 사건이 불거지자 사표를 내고 한 대기업에 법무담당 임원으로 이직했다. 이 전직 검사는 최근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최근 진상조사단은 안태근 전 검사장 밑에서 일한 법무부 검찰과 검사 두명이 서지현 검사의 인사 기록을 외부에 유출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에 있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