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현직 대통령 탄핵 1년이 지났다. 변화상과 소회를 묻기 위해 파면을 선고한 재판관과 파면된 대통령을 먼저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그 후 1년
수사인력 540명 투입, 104명 기소
“탄핵, 법치 대한민국 확립에 기여
이제는 화합과 상생에 힘 써야”
다음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로 갔다. 비가 내렸지만 한 노인은 우산도 없이 태극기를 들고 정문 앞에 서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 접견 절차를 밟았다. 담당자가 면회 신청인의 신원,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묻고 몇 번을 오가며 상부에 보고했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끝내 불허됐다. 구치소 측은 “박 전 대통령은 안에서도 말씀이 없다. TV도 켜지 않고, 지지자들 편지만 본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4월6일 1심 선고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적폐 수사는 진행형이다. 현재 초점은 자동차 부품납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맞춰져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탄핵만큼 ‘법치 대한민국’ 확립에 기여한 일이 없다. 탄핵 과정에서 국민은 법치주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반면교사로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을 든 국민의 요구가 제대로 충족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현(62)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라’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국가를 만들어달라’고 촛불을 들었지만 과거 수사에만 몰두하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나라를 바꾸라”는 요구에 부응하려면 사람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도(분권형 개헌 등)까지 개선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종대(70) 전 헌법재판관은 “병을 치료할 때 환자의 몸이 견뎌낼 수 있는 약을 투여해야 하듯 지금껏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수사라는 강한 약을 썼다면 이제는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정진우·문현경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