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에 앞서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이번 영화의 출연 결정 이후, 오래전 봤던 일본영화를 다시 꺼내 보고 “또 울었다”고 했다. “슬픈 내용이지만, 동화 같은 따뜻함이 좋았어요.” 2004년 일본 영화로 만들어졌던 원작은 작가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 소설.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주연
환생한 아내와 새로운 사랑
“아빠 역할 서툴러 처음엔 거절”
그동안 소지섭이 연기해온 캐릭터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의 불우한 입양아 차무혁부터 영화 ‘군함도’(2017)에서 일제에 맨몸으로 맞서는 조선인 최칠성까지, 혹독한 삶 속에서도 기어코 사랑을 지켜내는 강한 남자였다. 우진은 결이 조금 다르다. 사랑 앞에 서툴고 머뭇댄다.
극 중에서 다시 뭉친 세 식구가 티격태격하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현재의 장면이 유쾌하다가도 가슴을 울린다면, 과거 회상 장면에는 풋사랑의 설렘이 가득하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20대 과거 모습부터 부모가 된 현재 모습까지 모두 연기했다.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 남매로 출연했던 두 사람이 다시 같은 작품에서 만난 건 17년 만이다. 소지섭은 “20대 외모는 후반 작업에 맡기고 매 장면 감정에 충실했다”며 “‘멜로퀸’ 예진씨에게 기댄 부분이 있다”고 했다. 손예진은 같은 장면도 여러 감정으로 거듭 찍으며 감정 연기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영화 분위기는 정적이었던 일본판에 비해 밝은 편이다. 돌아온 수아가 전과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이나 우진과 단짝인 괴짜 홍구(고창석 분)의 코믹한 에피소드가 웃음을 자아낸다. 소지섭은 “일본 영화보다 원작 소설에 가깝다”며 “원작의 큰 틀은 두되, 눈물은 최대한 절제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아들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김지환은 두 번째 만남 만에 그를 ‘아빠’라 부르며 따랐단다. 소지섭은 “아이와 장시간 놀아준 경험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호칭을 바꾸니 진짜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몸으로 부딪히며 친해졌다. 발목 잡고 거꾸로 들어주는 걸 좋아하더라”고 돌이켰다. 갓 태어난 아기를 가슴에 품는 장면을 찍을 땐 “잡으면 부서질 듯 작아 잘 만지지도 못했다”고 했다. 10분 만에 찍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아빠가 된 우진의 벅찬 심정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실제 결혼 생각도 들었을까. 그는 “늘 있다 없다 했다. 이번에 지환 군과 놀아주는데 힘들더라. 내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려면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지호와 우진이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되게 아팠어요. 아빠 때문에 지호가 고생한다는 생각에 꽂혀서요. 어릴 적 저도 행복한 가정에선 못 자랐으니까….”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