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알마
죽을 때 추억하는 것
코리 테일러 지음
김희주 옮김, 스토리유
‘메멘토 모리’ 왜 중요한가
말기암 뇌신경학자·작가의 고백
죽음은 인간에 남은 유일한 문제
연명치료는 과연 필요한가
무에서 와서 무로 끝나는 세상사
추한 모습으로 이별 고할 수 있나
내세를 믿을 이유가 있나
삶은 경이로운 현재진행형 모험
천당행·지옥행 칸막이 부질없어
테일러는 “우리는 죽음을 한곳에 치워 두고, 삶에서 지워 버리려 했고, 감추려고 애썼다”며 홀로 이 상황에 맞닥트렸을 때 한없이 외로워질 누군가를 위해 이 책을 쓴다고 했다.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그리고 견딜 만한 죽음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려주려.
그녀는 한 TV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질문에 답한다. ‘죽음 앞의 삶에 관한 12가지 생각’이다. 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하는 갈망보다는 한 일에 대한 기억이 소중하기에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는 없다, 호주 법률이 조력사(助力死)를 인정한다면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웃으며 이별주를 마신 뒤 인사하고 안락사 약을 삼키겠다, 천당행과 지옥행으로 그들과 우리를 분리하는 종교에 귀의하지 않겠다, 죽는 게 무섭지만 더 두려운 건 불필요한 연명 치료에 말려들어 추하게 죽는 거다, 무(無)에서 와서 무로 돌아가기에 내세는 믿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의 실패와 어두운 가족사를 적나라하게 돌아보는 글을 읽다 보면 책의 표지를 장식한 의자 덕인지 이정록 시인의 ‘의자’ 한 구절이 떠오른다.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나는 글을 쓸 때 때때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저절로 체계가 잡히고, 즉석에서 단어들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의 성격과 신경증을 상당 부분 우회하거나 초월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 상태의 나는 내가 아닌 동시에 나의 가장 내밀한 부분이며, 최상의 부분임에 틀림없다.” (161~162쪽)
인간의 불가사의한 행동을 이해하는 일을 평생 즐겼던 색스가 세상을 떠나기 2주 전에 이 책의 출판을 준비하고, 제목을 『의식의 강』이라 붙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한다. "시간은 나를 이루고 있는 본질이다. 시간은 강물이어서 나를 휩쓸어 가지만, 내가 곧 강이다.” 삶은 경이로운 ‘현재진행형 모험’이고, 인간의식에는 ‘나만의 개성과 정체성이 가미되어’ 있으니, 태어나자마자 죽음으로 흘러가는 전 생애를 굽이굽이 그대로 살아나가자고 그는 손을 내민다.
불어오는 죽음의 바람을 피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잘 죽는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공부이고, 죽음과 정직하게 직면하는 법이 삶의 기술이 아닐까 가리킨다. 죽음으로부터 불과 1mm 떨어져 있는데도 알지 못하고 사는 우리에게 그들이 하고 싶었던 한마디는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가 아닐는지.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