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장관의 발언은 오는 5월 이임하는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사령관(해군 대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5월에 (전역하는 스위프트 사령관의) 후임자가 오기 전까지 한반도 주변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고,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이 계속될 텐데 자리를 잘 지켜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 태평양함대사령관 만나 발언
스위프트 사령관 “우린 준비할 것”
정부내 잇단 훈련 축소론 속 논란
국방부 뒤늦게 “농담했다” 진화
송 장관의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평창 겨울올림픽 때문에 한 차례 연기한 뒤 4월 재개하기로 한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 된다. 연합훈련의 축소나 재조정은 없다는 미국 입장과는 온도 차가 크다. 미 NBC 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미 군사당국이 평창올림픽 때문에 늦춘 독수리 훈련을 31일(한국시간 4월 1일) 대규모로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16년부터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기간에 핵추진 항공모함과 장거리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대거 출격시켰다.
특히 정부 안팎에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연합훈련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고위 당국자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 파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괜찮다고 한 만큼 훈련 규모를 축소한다거나 해도 북한의 압력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훈련 축소로 남북관계 개선에 가속도를 붙이고 싶은 정부의 속내를 송 장관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실을 찾아 “전역하는 스위프트 사령관에게 위로와 농담을 했다”며 “재임 중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등을 위해 고생했기 때문에 위로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연합훈련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또 출입기자단에 보낸 별도의 문자메시지에서도 “오늘 송 장관이 확장억제전력을 언급한 것은 2015년 5월 취임해 한·미 해군 협력 증진과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하고 오는 5월에 전역할 예정인 스콧 스위프트 제독에 대한 ‘위로와 덕담 차원’에서 한 말씀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위프트 사령관이 준비하고 있겠다고 하는데도 송 장관이 재차 전략자산을 보내지 말라고 한 것이라 이런 국방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